폐교 앞둔 학교, 주민들 모금활동으로 부활
매년 합창·단소공연으로 감사한 마음 보답
학부모·동문선배 등 300여명 ‘즐거운 시간’
이날 예술제에는 학생과 교직원,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학생들이 정성껏 준비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은 남한산성면 색소폰 동호회인 ‘앙상블 스타즈’와 교직원으로 구성된 ‘티쳐스 클럽’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사물놀이, 오카리나, 우쿨렐레, 합창, 율동, 가야금, 단소, 바이올린, 난타 퍼포먼스, 댄스 등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번천초는 동문과 지역주민들이 장학회를 만들면서 살려낸 학교다. 1997년 재학생이 20여 명으로 줄어들자, 경기도교육청은 번천초의 폐교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기일보는 어린 학생들이 정든 학교를 떠나 5㎞ 이상 떨어진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도했다.
보도를 계기로 학부모와 동문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마음을 모아 폐교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모금활동을 펼쳤고, 10억 원의 장학기금을 모아 그해 7월 ‘칠사장학회’가 출범했다. 통학버스 지원사업, 장학금 수여 등 장학회의 지원을 통해 학생 수가 100여 명으로 급증, 학교는 폐교위기를 벗어났다. 이후 장학회는 20년 동안 악기지원 예술사업과 방과 후 교육활동 지원, 각종 체험학습 지원 등으로 어린 후배들의 교육활동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현재 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씩 전교생 98명의 작은 규모지만 음악 시간에는 오카리나, 바이올린, 우쿨렐레를 배우고 방과 후에는 사물놀이, 단소, 가야금, 첼로, 플루트를 심화과정으로 배울 수 있다. 체육 시간에는 학교 내에 설치된 인라인 전문 레일에서 인라인 수업을 받고,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캠프를 떠난다. 한 때는 폐교위기였던 번천초가 이제는 누구나 가고 싶은 명품학교로 탈바꿈됐다.
번천초 학생들은 단풍잎이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되면 지역주민과 학부모, 동문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는 의미로 공연을 준비한다. 연말이 되면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마을회관에서 공연도 하고 말벗도 해드린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번천초교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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