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반도를 위한 준비 ‘지방분권’] 3. 독일 통일에서 찾는 남북교류·협력의 길

동서독 장벽 넘은 도시 자매결연 다채널 교류로 ‘통일 독일’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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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포인트 찰리 인근에 마련돼 있는 사진 전시장에서는 독일 분단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은 자매결연 형태로 도시 간 교류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러한 양독간 교류사업은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특히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구동독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이 중점적으로 추진됐다는 특징이 있다. 동서독 도시 간 자매결연이 양독관계 개선과 통일 이후 안정화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정확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1971년 동서독 간 기본조약이 체결된 이후 중앙정부 차원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됐고 1985년 동서독 지방자치단체 간 자매결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년 만에 급작스런 통일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교류를 비롯한 행정, 문화, 체육 등 분야에서는 도시 간 자매결연의 긍정적 영향과 성과가 결코 적지 않다는 평가다. 동서독 지방자치단체 간 이뤄진 교류협력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 동서독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협력의 성과

동서독 도시 간 자매결연을 통해 이뤄진 교류ㆍ협력사업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했다.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자매결연 사업으로는 전문가 교류가 있었으며 이외에도 체육ㆍ청소년ㆍ평화ㆍ문화ㆍ신문교류 등이 이뤄졌다.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문가협의회를 통한 전문가 교류는 도시 간 자매결연에서 가장 빈도가 높았다. 전문가협의회의 주요 협력분야는 도시계획, 노후화된 주택정비, 도로교통계획 등이었다. 예를 들어 1988년에는 할레(Halle)와 카를스루에(Karlsruhe) 간 ‘도시계획ㆍ건축ㆍ도시중심지개발ㆍ유적보존에 관한 경험교환’에 관한 전문가협의회가 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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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베를린 장벽의 여러 검문소 중 하나인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체크포인트 찰리는 1961년부터 1990년까지 연합군과 외국인, 외교관, 여행객들이 동 베를린과 서 베를린을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관문이었다.
또 1989년에는 함부르크(Hamburg)와 드레스덴(Dresden) 간 협약이 체결, 서독 측이 드레스덴에 환경 오염제거 투자를 보조하기로 합의하는 등 환경문제 협의회도 잇따라 개최됐다. 이 밖에도 자영 수공 업자들의 의견교환, 의사들의 상호 방문 및 의견교환, 노동자 및 노조원들의 방문 및 의견교환 등도 진행됐다.

 

체육교류는 각자 선수단을 선발해 종목을 합의한 뒤 상호 교환경기를 가졌다. 서독 측은 상대편을 반드시 이기는 경기보다는 광범위하게 상호 접촉해서 친선을 도모하는 경기를 희망했다. 

경기에는 정상급 스포츠인은 참여하지 않았고 종목은 일반 주민들이 광범위하게 즐기는 볼링, 축구, 탁구 등으로 선정했다.

서독 측에서 특히 중점은 둔 분야는 청소년 교류였다. 보통 15~30세의 청소년 30명 정도가 상대편 지역을 방문해 상호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동독은 학교와 학생들의 청소년 교류에 소극적이었으며 주로 결혼을 한 장년들을 선발해 방문단으로 보냈다. 

동독 측은 서독학교를 ‘이데올로기적인 학습장’으로 간주하고 학교 간의 접촉은 가능한 금지시켰으며 학교와 학교 간 편지 교류 역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화행사 교류는 도시 자매결연 사업 중 대부분의 도시가 연간 실행계획서에 주요 사업으로 포함시켜 추진했다. 

전시회와 음악회, 영화상영, 작가 초청강연 등이 주종을 이뤘다. 신문교환은 전체 자매결연도시 중 16개 도시가 지방신문을 상호 교환했다. 이러한 도시 간 자매결연이 민족적인 공통성의 유지나 독일 통일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는 1988년 독일시연합회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도시 자매결연이 귀 시 주민들이 동독 주민들과 공통 귀속성을 갖고 동독 주민과 더욱 친밀해지며 결국 독일통일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2개 도시 중 14개 도시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12개 도시는 답변을 유보하거나 ‘부분적으로 그렇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적으로 답변한 도시는 단 6곳이었다.

 

독일 전문가들은 도시 간 접촉ㆍ교류를 통해 서독이 동독주민들의 생활실상, 생활조건 등을 이해하게 됨에 따라 동독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데 기여했으며 이에 따른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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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베를린장벽이 자리했던 곳을 나타낸 표석. 장벽이 세워진 날짜와 철거된 날짜가 기록돼 있다.

■ 독일 지방자치단계 간 교류협력의 한계점

동서독 도시 간 자매결연은 성과와 함께 한계점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주로 동독 국가 체제의 본질적 특성에 의한 것들로 자매결연을 추진한 서독의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했다. 먼저 동독의 체제 경직성 및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한계를 들 수 있다. 동독은 연간 실행프로그램에 확정된 행사는 대체적으로 성실한 이행노력을 보였지만 합의한 내용 이외에는 결코 예외적인 접촉이나 사업추진상 재량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관료적 경직성으로 인해 동독방문에 필요한 비자발급 기간이 길고 모든 협의과정에서 시장 또는 고위당국자들의 개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동독 자치단체의 결정권 부재에 따른 한계도 나타났다. 서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권이 보장된 반면 동독은 중앙의 원칙과 계획, 그리고 당의 영도성의 원칙에 따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도시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밖에도 동독의 호응부족과 주민접촉 차단 노력으로 인한 한계도 드러났다. 도시 간 교류협력에도 불구하고 동독은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접촉이나 참가인원수의 초과 등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또 서독의 경우 많은 체육ㆍ예술 단체들이 자매결연과 동시에 동독 측 교류 상대를 물색했지만 동독 측의 호응부족으로 대다수의 단체가 교류에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한계들의 대부분은 양측 체제의 상이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도시 간 자매결연을 통해 서독은 양독주민 간 교류를 통한 내독관계의 실질적 발전과 민족적 동질성율 유지하고자 한 반면 동독은 서독의 동독인정, 서독으로부터 경제적 확보, 대내외적으로 동독체제의 정당성 확보라는 다른 목적에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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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 내부에는 세계 유명인들의 여권이 전시돼 있다.
■ 우리나라의 남북교류협력

우리나라 남북교류협력의 경우 각 부문의 동질성 회복과 신뢰구축 그리고 양측의 경제발전을 통해 장기적으로 남북통합을 달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남북교류협력은 남북통일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써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 협력은 중앙정부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을 보완하고 남북 상호 간의 신뢰회복에도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통일부와 지자체 간 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다.

 

앞서 통일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은 상호 체제의 경직성을 완화해 통일의 시기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체제 간의 동질성 회복을 통해 통일이 후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도 기여했다. 그동안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남북교류 채널을 다양화하고 때로는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은 중앙정부의 공식적 교류에 비해 상대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의 비공식적 교류에 비해 제도화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반면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은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 부실한 사업계획,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과 사업 중복,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과 일회성 사업 추진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교류협력 추진 과정에 북한의 정치 행정체계에 대한 연구가 병행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는 서독 지방정부가 동독과의 교류협력을 제안하는 등 그 실효성은 인식했지만 동독의 행정체계에 대한 이해를 가진 실무자가 적어 혼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 간 교류협력 과정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세부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수립되면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북한 측에는 상호방문과 관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업대상지역 선정과정에서는 지역적ㆍ역사적ㆍ산업적 특성을 고려해야 대상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준상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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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외화벌이를 위해 여행자들이 숙박을 할수 있는 유스호스텔로 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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