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통일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 구상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한이 먼저 지방분권 국가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통일 전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다만 이들은 지방분권 개헌 추진 과정에서 선진국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는 한편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의 지방분권 논의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언급한 것은 지역격차가 국가발전의 위험요소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논의는 자치분권의 기반구축, 주민참여 확대, 재정 분권 확대, 자치분권시범지역 조성, 자치경찰제, 교육지방자치 실현 등 5가지다. 이것들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한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 지방분권 체제가 통일에 미치는 영향.
‘작은 것부터 큰 것으로, 쉬운 것부터 시작해 어려운 것으로’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치이념과 체제가 상반된 남북한 두 개체를 섣불리 합치는 것은 큰 혼란과 문제점을 야기 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먼저 분권화를 이루고 점진적으로 소통, 융합한다면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목과 갈등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통일의 충격을 완화시킬 방안이 있다면.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비단 정치, 문화, 교육부문만이 아니라 군사, 외교, 경제 등 국가의 모든 영역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작은 발걸음정책’, 또는 ‘선이후난(先易後難)’과 같은 접근방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화와 같은 정책을 미리 시도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 예상 가능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통일시대를 대비한 ‘실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여진다.
- 향후 한국이 지방분권국가로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지방분권국가로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관여나 간섭이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관련 법제나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통일 이후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지역통합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제도나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
- 한반도 통일 이후 시점에서 우려되는 지방분권국가 체계의 부정적 요소는.
통일 이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통일’은 우리의 지상과제이자 매우 절박한 것인 만큼 사전에 논의할 실익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 발생한 ‘오씨 베씨 논란’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처럼 남북한 간의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차이를 초월해 통합할 경우, 특히 지방분권국가체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순차적 점진적으로 체제통합의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
- 통일은 어떤 통일이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평화적 통일이어야 한다. 통일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며 무력에 의한 통일은 막아야 한다. 경제 협력의 전개과정에서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정부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정치적 이익을 얻어내는 중국 대만식 ‘정경분리원칙’은 우리에게도 좋은 접근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현재의 남북관계의 상태에서 통일이 언제쯤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남북의 통일방안만을 보면 남한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고 북한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이다. 남한의 통일철학은 자유민주주의이고 북한은 주체사상이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주체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한반도 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가칭 ‘한반도 통일위원회’를 설치해 쉬운데서부터 남북교류를 하며 이질화된 요소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방분권국가 건설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이를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득(得) 보다는 실(失)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이를 개헌에 반영하기 이전에 관련 전문가의 의견이나 공청회 등을 열어 예측 가능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 프랑크푸르트 포인트 알파 재단은.
동서독 냉전시절 서독에 주둔한 미군캠프이자 감시초소다. 동독 국경과 불과 200m 떨어져 있던 최전방 국경지대로 이곳을 통해 서독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동독주민 1천여 명이 사살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분단 시절 미군이 주둔했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으며 주변 자연환경 역시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이 기관의 주요 역할은 통독에 대한 현장 보존 및 자료의 보존이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 이전부터 현재까지 동독과 서독 각 지역의 발전사항을 과감 없이 비교 연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지방분권 개헌 구상에 대한 견해는.
전통적 연방제 국가인 독일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한국이 독일 등 여러 연방제 국가의 장ㆍ단점을 분석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지방자치 시스템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독일 통일에 있어 지방분권 시스템이 어떠한 역할을 했나.
중앙 대 중앙, 즉 단순히 동독과 서독으로 합쳐질 경우 색깔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작은 단위의 개체들이 서로 합쳐진다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훨씬 수월하게 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 통일은 단순히 큰 틀에서 보면 동독과 서독 두 개체 간의 통일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지역과 지역 간의 만남이다.
통일 전후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공동작업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정부 간, 즉 지역 간 공동작업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독일은 통일 전부터 지방분권 체제를 토대로 한 도시 간 교류가 이뤄지고 있었고 이러한 도시 간 교류가 통일 이후 서독의 지방자치 노하우와 운영방식을 동독에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지방분권화가 필요한가.
물론이다. 100% 동의한다. 이유는 각 지역이 가진 특색이 생각보다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친밀한 소통, 익숙한 도움을 주는 것이 지역 간 교류의 핵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역시 통일 전 남한이 먼저 지방분권 국가 체제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분권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각 지역이 가진 특수성과 테마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
- 통일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지역 간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남북 공동의 가치와 문화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접점을 찾기 위해 남북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공통의 주제를 가진 지역 간 교류가 바람직하다. 올림픽 등 국제적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갈등의 요소가 많은 정치적 접근보다는 문화적 접근부터 시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남한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 것이 더 ‘낫다’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양쪽 모두 오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오픈된 마인드로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한국에 직접 방문해 보고 느낀 것이지만 서로 소통의 창이 열려 있어야 한다.
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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