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회의사당 입구에 있는 ‘4가지 고통의 조각상’은 귀가 아플 정도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하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국민의 아픔을 가슴으로 공감하며 국민의 생활을 직접 눈으로 보라고 명령한다.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아픔을 주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번 수능 연기는 현장의 아픔을 공감하는 뜻깊은 용단이었다.
학교현장의 혼란과 고통은 가중되고 있어 학생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업무부장이나 담임을 맡아달라고 사정해야 하며, 어렵고 힘든 교감은 포기하고 편하게 살자는 풍토, 여전히 부족한 학교운영비, 방과 후에 거리로 내몰린 학생,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교, 대체 교사 구하기 어려움, 노무 관련 갈등, 늘어만 가는 항의성 민원 등등. 최근 거론된 교장양성아카데미로 교직사회는 양분되고, 막연한 기대감과 안락함으로 무임승차하려는 집단과 현장에 큰 혼란이 없도록 기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집단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 기업의 간부회의에는 항상 고객용 ‘빈자리’가 있다. 무슨 일이든지 고객 위주로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의미이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의 존재 당위성은 학교 현장을 섬기는 패러다임 실천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무엇을 바라고 원하며, 그들이 겪는 고통을 파악하려고 땀을 흘렸는가? 학교 현장을 안정시키고,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정책적으로 판단하고 지원했는가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학교현장의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따뜻한 리더, 실천하는 지성인이 필요하다. 국가 지도층, 교육부,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관계자의 머리와 가슴에 ‘고통의 조각상’과 ‘빈자리’가 자리매김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김한호
한국교원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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