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는 무얼까? 한편에서는 ‘희망’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불안’이 아닐까? 정권교체에 따른 국민희망도 일리가 있고, 북한 핵실험이나 취업의 어려움에 따른 국민불안 역시 이해가 간다. 불안을 잠재우고 희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보통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본질적이고 깊이있게 천착하지 못한 채 정파적 싸움에 빠져 있어,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권한은 있되 신뢰는 받지 못하는 정치. 그래서 정치개혁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국회는 보좌진 300명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의원마다 지금보다 1명 늘어난 8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조문 한 개의 개정에 불과했지만, 이 개정은 정치개혁을 희망하는 국민들의 바램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결정이었다.
사회과학에서 정책을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거다. 국회의원 보좌진 수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많고, 유럽은 대개 의원 2명당 1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회를 방문해 본 분들은, 커피나 차를 의원들이 직접 따라주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소탈해서 그런 게 아니라 커피를 타 올 보좌진이 없는 것이다. 정책현안도 의원이 직접 현장을 찾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경조사와 행사만 찾아다니는 의원은 없다.
또 다른 방법은 나라 안에서 비교해 보는 것이다. 보좌진이 없는 도의원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가끔 국회의원과 도의원의 질문 중 어느 쪽이 더 답변하기 여려운지 물어보곤 한다. 당연히 국회의원의 질문이라는 대답이 더 많다. 그러나 틀렸다. 각종 특혜를 누리는 대한민국 갑 중의 갑인 국회의원의 질문이, 후원금과 경비지원도 없고 연봉도 절반 이하인 도의원보다 못하다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사실이다.
왜 그럴까? 해답은 보좌진에 있다. 너무 많은 보좌진이 문제인 거다. 정책연구와 질의는 보좌진에게 맡겨두고 국회의원은 지역구 행사에 얼굴 들이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상임위나 국감이 열리면, 상당수 의원은 보좌진이 써 준 질문서 읽기에 급급하다. 스스로 몸을 부딪쳐 고민한 문제가 아니기에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가지 못한다.
도의원은 다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 도의원이 던지는 질문은 매섭다. 보좌관이 없어 직접 현장에 가보고, 직접 주민들 의견 들어보고, 직접 자료 찾아본 것이기에 자신이 있다. 대충 답변하면 날카로운 추가질문이 뒤따른다. 책상물림 공무원으로서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희망과 불안의 갈림길에 서 있는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정책은 보좌관에게 맡겨 놓은 채 각종 행사에 얼굴 내미는데 시간 보내지 말고, “직접” 나라의 미래를 고민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보좌진 300명을 늘린 이번 사례에서 보듯 국회는 국민이 바라는 개혁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촛불로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정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정권이 아니라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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