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현행 승진 체계를 뿌리째 흔들어 놓아 학교 현장에 많은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 제안 배경과 발상을 볼 때 기존의 학교장들을 불신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현행 무자격 학교장 공모제가 특정 단체 출신 위주로 편향 임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아카데미’를 통한 학교장 임용방식이 특정인들을 염두에 두고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여 새로운 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우리 교육은 과포장된 편향적 성향의 정치인과 교수들에 의해 정치 이념화돼 버렸다. 정치적 중립이어야 할 초·중등 교육이 선거라는 이름으로 편향성을 가진 지 오래됐다.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반대 청원이 일어나고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관철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장은 학교의 관리자일 뿐만 아니라 경영자다. 학교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다양한 경력과 연구실적, 봉사와 헌신이 필요하고 오랜 교사 경력과 우수한 근무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교장은 일반 교사들의 표본이 되는 모범 선배 교원이 되는 것이 순리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인사 평가의 자격 요건을 갖춘 중견 교원(주로 교감)들 중에서 선발하여 면밀한 검증 과정을 거친 후 그 책무의 중대성을 존중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장은 어느 누구보다 학교 교육과 발전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는 것처럼 학교 교육은 학교장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 이러함에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특정 연수를 통해 일반 젊은 교사 중에서 특정인을 선발해 학교장으로 임용하려고 하는 의도는 무리한 발상이다. 이는 일반 경찰관이나 군인들을 양성 연수를 통해 경찰서장이나 연대장ㆍ사단장으로 임용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갑자기 젊은 교사가 학교장이 됐을 때 학교 구성원들에게 주는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학교 현장에서 교직을 수행하며 숱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틈틈이 현장교육 개선 연구 활동에 노력한 교사들과 열악한 농ㆍ산ㆍ어촌의 학교에서 교육 열정과 헌신으로 봉사한 교사들에게 큰 좌절감을 줄 것이다.
공교육 승진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교육 혁신과는 거리가 먼 반 혁신의 정책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김유성
죽전고등학교 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