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자수성가 스타일과 4차 산업혁명

이인재
이인재

TV 골프 채널을 보다 보면 아마추어 고교동창 대항전을 볼 수 있다. 4명이 한팀이 돼 학교의 명예를 위해 열심히 싸운다. 대부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전부 싱글인 아마 실력자들이다. 내가 이 프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프로골퍼와는 달리 체형도 외모도 별로인 사람들이 골프를 잘 치는 까닭이고 다른 하나는 괴상한 폼으로 치는데도 볼이 반듯이 날아가는 불가사의한 광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채를 공중에서 도리깨질하면서 내려오는 사람, 치기 전 엉덩이를 두 번 흔드는 사람, 스윙 후에 앞으로 튀어나가는 사람, 친 다음 비명을 지르는 사람 등 먹고 있던 음식을 토하게 할 만큼 웃기게 한다. 웃음을 넘어 짠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이런 골프 스타일을 어떤 사람은 ‘자수성가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그런 폼으로 싱글까지 가기에는 주변의 웃음에도 굴하지 않는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있었을 것이다. 학교를 대표하는 실력이면 그 지역에서 상당히 알아주는 골퍼이고 나름 아마챔피언의 경력도 있을 것이다. ‘자수성가 스타일’도 인간인지라 프로골퍼의 멋진 폼을 왜 갖고 싶지 않았겠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체형과 리듬에 맞는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다.

 

폼도 좋고 거리도 멀리 반드시 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에 물 좋고 정자(亭子) 좋은 곳이 없듯이 어려운 일이다. 골프 뿐 아니라 모든 게 마찬가지다. 모든 나무가 리기다소나무처럼 쭉쭉 곧게 자라기만 할 수는 없다. 뒤틀어진 반송(盤松)도 있고 군락으로 구성된 이팝나무도 있기 마련이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산업혁명을 말한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다양성의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언 다코타 족 ‘레너드 펠티에’의 이야기에 보면 “우리가 당신들의 특성을 인정하듯이 당신들도 우리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자는 말이다.

 

고립된 섬에 있는 덩치 큰 생물은 작아지고 작은 생물은 반대로 커지면서 평균화된다는 ‘섬의 규칙’이란 고생물학 용어가 있다. 다양한 사이즈가 불가능해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00년 이상 계속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인터넷기업 구글, 페이스북 직원이 26만 여명이 늘고 시가총액이 2천200조원에 달하고 있다.

 

우리가 IT 강국인 줄 알았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빼면 속된 말로 속 빈 강정 신세다.

 

미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정부의 규제철폐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혁신 전략을 통해 새로운 산업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혁신을 내세우지만 왜 제대로 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면 될 일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어려운 것인지 속 시원히 밝혔으면 좋겠다.

비록 폼은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습득한 자수성가 스타일 폼을 비웃지 말고 인간은 다양성의 집합체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자.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