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눈물 쏙 뺀… 92세 포천 ‘욕쟁이 할머니’

서울세계단편영화제 다큐멘터리 최고상 ‘욕쟁이 할머니 그림이야기’
투병 중 화가 아들 권유로 그림 입문
김윤수 단장 ‘할머니 이야기’ 영화로 제작
다큐 수상작들… 포천시청서 이달 상영

▲ 욕쟁이 할머니
▲ 욕쟁이 할머니 그림이야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이 작품은 2017년 제10회 서울 세계 단편영화제에 출품, 다큐멘터리부문 최고상인 다큐멘터리 우수상을 받았다. 문화예술나눔공동체 보짱 제공

“차진 욕으로 손님을 맞이하며 세상과 소통하던 할머니가 노환으로 집 안에서 고립됐다. 하지만 아들이 건네준 종이와 연필을 통해 할머니는 삶의 정리가 아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단편영화 ‘욕쟁이 할머니 그림이야기’의 줄거리다. 그림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할머니를 통해 이웃, 세상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서울 세계 단편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부문 최고상인 다큐멘터리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영화제는 한국 비상업 단편영화 활성화를 위해 사단법인 한국 영상예술협회가 주최하고 세계 비상업 영화연맹 UNICA 후원으로 UNICA-KOREA가 주관한다. 영화는 문화예술나눔공동체 보짱(단장 김윤수)이 제작하고 박정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포천시 소홀읍 고모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정의만 할머니(92)는 정다운 욕으로 손님을 맞으며 일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곤 했다. 그의 차진 욕과 함께 호령이 내려지면 손님은 ‘까르륵’ 웃으며 맛과 정을 동시에 찾고 돌아갔다. 그러나 6년 전 노환으로 정 할머니는 거동을 못하게 됐다. 음식점 일도 못하며 삶의 의욕이 꺾인 할머니는 집안에서 세상과 단절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 할머니의 아들이자 화가 홍승표씨(54)는 세상과 등을 진 어머니를 위해 종이와 연필을 건넸다. 그림에 흥미를 느낀 정 할머니는 얼굴에 생기가 돌며 침대에서 혹은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색칠공부에서 시작된 그림은 산 풍경, 인물화 등 나날이 발전했다. 

90년을 넘게 살아온 인생 때문일까. 그림에는 그의 백 년에 가까운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가평 화악산에서 천막생활, 포천에서 보따리 장사, 자녀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 등. 할머니가 그린 그림 수백 점은 포천시 모산아트센터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영화 제작을 총괄한 김윤수 단장은 “어머니의 그림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져서 좋았다”라며 “영화를 통해 그림과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욕쟁이 할머니 그림이야기를 비롯한 수상작들은 지난 6~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인디플러스 독립영화전용관(브로드웨이 3관)에서 상영됐다. 욕쟁이 할머니 그림이야기는 이달 중 포천시청에서 사흘 동안 상영할 예정이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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