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교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국과 한국 지도를 거꾸로 보며 두 나라의 관계를 화제 삼던 일이 있었다. 거꾸로 보면 중국은 살찐 닭의 몸통이고 한국(남북한)은 부리(주둥이)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국빈방문 한다.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를 두고 곡절을 겪은 후인데다 미북이 일촉즉발의 험악한 상황이고 그로 인해 미중 관계마저 시계 제로, 남북 관계 역시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로서는 어느 때보다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이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라는 ‘심장과 폐’를 놓고 선택을 강요받는 것 같은 입장이다. 두 나라 사이에서 압박을 받는다고 생각했을 때 참 난감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난감해해서는 안 된다. 난감해야 할 일이 아니다. 왜 우정이 먼저일까요? 사랑이 먼저일까요? 같은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는가!
오늘의 대한민국은 굳건한 한미 동맹 위에서 한중, 한일 그리고 국제관계를 성립시켜 오지 않았는가. 생존을 위해 사드배치를 했는데 그걸 경제보복으로 앙갚음하는 25년 지기에게 나약한 모습으로 줏대 없이 흔들리고 ‘3불’같은 외교를 펼치니 ‘실제적인 행동을 취할(言必信, 行必果) 것을 요구(희망)하고 운영체계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1제한’을 추가하는 압박을 가해 오고 있지 않은가. 사랑이건 우정이건, 심장이든 폐이든 그건 ‘우리 것’이다. 중국의 안보? 우리의 생사는?
이스라엘을 보자. 막강한 대적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은 평화를 구걸하지 않는다. 힘을 키워 맞대응, 맞상대함으로써 평화를 유지시키고 있지 않은가! 아일랜드를 보자. 막강한 잉글랜드에 오랜 시간 수모를 당해 왔지만 이를 뛰어넘어 그들보다 더 부를 구가하고 있지 않나? 약육강식의 국제무대에서, 특히 덩치 크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중국을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학습(벤치마킹) 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중국은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경제보복을 당하면서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눈앞의 작은 이익에 몰입되어 국민 자존에 상처받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2일 만났을 때도 “일정 기간 중한 양국 관계가 곡절을 겪었다”면서 “얼마 전 양국은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해 얼마간(一些) 합의를 달성했다”고 말해 여전히 우리의 요구를 시원히 풀지 않은 채 여지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한을 도와 우리와 총칼을 맞대고 싸웠던 나라다. 우리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웃이지만 이 대명천지에도 동등한 국가로, 서로 도우려는 이웃이 아니라 대국의 길을 완성한 후 우리 위에 군림하려는 믿을 수 없는 이웃이다.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한반도는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거 아닌가! 이 정부가 거기에 어떤 반응(불쾌한)을 보였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려다 샌드위치 외교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중국 없이도 살아왔고 살아갈 수 있다. 당당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의 거래 대상일 뿐이다. 경제 단절(보복)? 우리만 손해일까? 국교단절은 어떨까? 그런 배짱으로 중국을 다룰 필요가 있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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