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진 체육단체의 통합은 ‘물리적 통합’만 이뤄냈을 뿐, 두 단체가 완전한 통합을 이뤄 체육 발전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화학적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끈다는 자부심이 충만한 경기도 체육 역시 화학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체육인들의 중론이다.
경기도 체육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간의 통합 과정에서 ‘선(先) 도체육회 통합, 후(後) 경기단체 및 시ㆍ군체육회 통합’의 명제에 따라 통합 경기도체육회가 먼저 출범하고, 이후 1년여의 긴 시간 동안 종목 경기단체들이 통합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시ㆍ군체육회와 도의 일부 종목단체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통합을 이룬 반면, 일부 단체는 상당한 통합 진통을 겪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심한 산통(産痛)을 겪으며 통합된 종목단체 중 몇몇은 아직도 통합 임원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등으로 지루한 법정 싸움을 하느라 단체가 양분돼 있기도 하다. 또한 통합 단체들 중에는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인 사이 갈등의 미봉합으로 인해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는 단체도 상당수에 달한다.
통합 추진과정에서 우려됐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통합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두 체육단체를 통합하는 목적은 이원화된 체육단체 업무를 일원화시켜 선진국형 선순환 구조의 체육 발전을 이루려 함이었다. 경기도 역시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통한 전문체육의 발전과 전문체육을 통한 생활체육 진흥을 목표로 통합 체육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통합 2주년을 앞둔 경기도 체육은 조직의 거대화 속에 내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주체들 간의 밥그릇 싸움 또는 권력 암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체육단체의 통합으로 인한 발전은커녕 오히려 경기도 체육이 퇴보했다는 자조적(自嘲的)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체육단체의 통합이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 만은 아니다. 일부 종목단체들 중에는 당초 통합의 취지대로 양 분야 관계자들이 슬기롭게 조화를 이뤄 경기도체육회가 표방하는 ‘전문체육의 생활화’와 ‘생활체육의 전문화’를 이뤄내고 있기도 하다. 통합 2주년을 앞둔 경기도체육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게 느껴지고 있고 화학적 통합 또한 요원하다. 이는 태동 단계부터 화학적 통합보다는 물리적인 통합에 방점을 두고 성급하게 밀어붙인 결과 탓이다.
이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차피 가야 할 통합의 길이라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올바로 가야하는 길의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 그 작업은 체육인 스스로 이뤄내야 할 몫이고,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갈 길이 바쁘다고 해서 또다시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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