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울면 어때, 울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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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어때, 울면 어때/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도/선물을 다 주신대.

 

3인조 여성 보컬 그룹 바버렛츠가 부른 ‘울면 어때(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노랫말 중 일부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롤 ‘울면 안 돼(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가사를 패러디 한 곡이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울면 어때? 울어도 돼? 우는 아이에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이 노래에선 울어도 선물을 다 주신다고 한다.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골고루 나눠 주신다니, 그러고 보니 진정한 예수의 사랑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편, 우리는 왜 울면 안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 못했을까.

 

바버렛츠의 ‘울면 어때’는 그런 점에서 사회의 현실을 중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곡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연말연시 대학가와 고시촌의 쪽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성탄절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은 없다. 0.5평 고시원에서 홀로 저녁을 먹을 것이고,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청년들에게 앞날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고용시장의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마저 가지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 조사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83.9%가 스스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으며, 업무 중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경험한 알바생도 84.2%나 됐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이유로 청년들은 절망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울며 소리치지 않을까. ‘울면 안 돼’에서 빅브라더(big brother) 산타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그리고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고 했다. 힘들어도 무조건 웃어! 울면 나쁜 아이야! 얌전하길 바라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길 바라는 어른들의 욕망이 착한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는 저서 <우는 어른>에서도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은 잘 우는 아이로 태어나지만, 울지 않는 아이가 되길 강요받고 어른스러운 아이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울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울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눈물을 참고 사는 이들이 많다. 우리 모두가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울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했고, 우는 아이에게 다가가 왜 우는지 묻는 인간다움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축일이다. 아기 예수는 세상 가장 낮은 곳, 말구유에서 나셨다. 가난한 자, 슬퍼하는 자들에게 찾아가 위로했고, 푸른 풀밭처럼 편히 쉴 수 있는 품을 내 주었다. 그래서 오늘, 심각한 취업난과 경제난 등으로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진정한 성탄 인사말을 건네 보자.

아기 예수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향하셨다고, 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그리고 위로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푸른 풀밭, 청년들이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방안들을 다 함께 고민해 보자.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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