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가 드는 자시 한밤중(冬至子之半) / 한 자나 깊이 눈이 쌓였네(雪花盈尺深) / 만물을 회복하는 봄기운 넘쳐흐르고(津津回物意) / 천심을 보니 크고 광대하구나(浩浩見天心) / 관문을 닫고 나그네 금하니(關閉爲禁旅) / 양기가 생겨 막 음기를 깨뜨리네(陽生初破陰) / 깊은 시름에 한 선이 더해지니(窮愁添一線) / 동마주를 정히 마실만하구나(馬正堪斟)
소세양(蘇世讓, 1486~156
2), <양곡집>권9「동지야설(冬至夜雪)」에 나오는 이 시는 동지(冬至)의 이치와 여러 상징을 잘 표현하여 널리 인용되고 있다. 동짓날 자정, 천심은 변함없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기운이 바로 동짓날에서 시작되니 동짓날에는, 관문을 닫고 행상인의 출입을 금지시키며 임금은 지방을 순행하지 않는다. 이는 땅속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지극히 작은 양기(陽氣)를 보전하려는 조심스런 마음에서 발로된 것이다. 그러므로 마유(馬乳)로 만든 동마주(馬酒)를 기꺼이 마실 만 하다는 내용이다.
국조오례의를 보면 창경궁 ‘영희전’에는 육명일(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향사하도록 했고 순조는 동지다례를 올린 기록이 있다. 수원화성 ‘화령전’은 순조가 1801년에 세워 ‘화령전응행절목’을 개정하였는데 정기제향으로 탄신제향과 납향제를 올리도록 했다. 서울의 영희전은 지금 없어져 어쩔 수 없지만 수원화성 화령전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으나 팥죽 한 그릇은 고사하고 납향제는 어찌할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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