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착한 마음 하나 걸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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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시린 손으로 가슴을 부비는 사람들을 위해

착한 마음 하나

고샅길 돌담에 걸어두자.

삶을 여민 옷깃 속에서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깊고 처절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마음 하나 걸어 두자.

아침의 맑고 진정한 작은 마음의 기도를

응답하는 이가 들으리니

오늘 하루 사립 밖 움츠린 거리에

간절한 마음의 작은 촛불 하나 걸어두자.

어느 착한 마음의 가녀린 기도가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리니

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착한 마음 하나씩 가슴에 걸어두자.

 

정순영

경남 하동 출생. <풀과 별> 로 등단(1973). 부산 동명대 총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34대)역임. 시집 <詩는 꽃인가> <조선 징소리>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사랑> 등 다수. 부산시인협회상, 여산문학상, 한국시학상 등 수상. 현, 중앙대학교문인회 부회장, <계간시원>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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