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의 최대 위기상황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안 대표는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새 정치’와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새 정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새 정치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 정책대안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는 과거에 기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북한 김정은의 속마음 등과 함께 여의도 3대 미스터리로 불려왔다.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또한 이미 지난 대선 때 완성되었다. 이처럼 안 대표의 위기는 현실정치에 뛰어들며 던졌던 명분의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안철수의 새 정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치인이 주장하는 명분을 국민들이 ‘관심법(觀心法)’까지 써가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정치구태, 정치지체에 대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열망은 분명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안 대표의 새 정치와 국민이 원했던 새 정치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다당제가 안철수의 새 정치라 말하고 있다. 다당제가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고 건강한 정치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다당제가 만능은 아니다. 다당제를 넘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비전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민주적 정당운영과 정책정당 구현, 생활정치로의 전환 등이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 등이 확인했던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개혁이었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열쇠이다. 또한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시장의 자본과는 새 정치는 분명 달라야 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안 대표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순혈주의 정치를 주창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써의 새 정치를 듣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연정과 선거연합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정당간의 통합 시도는 거의 없다. 백 년 정당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의 정당 강령은 거의 책 한 권에 분량에 이를 정도로 세밀하고 자세하다. 자신의 정당들이 무엇을 이루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실체를 당 강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국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인지 <안철수의 새 정치>를 다시 묻는다.
정치인의 위기탈출 해법은 대국민 신뢰회복에 있다. 매번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간판을 내렸다 올리고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정치권의 현란한 개인기가 유사 새 정치로 둔갑하지는 못 한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건전한 진보와 건전한 보수의 결합이라 주장했지만 국민의당 창당을 두고 새 정치를 위한 창당이었고, 그 결과 새 정치가 구현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도 없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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