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일촉즉발의 북핵 문제를 남북 간 대화로 풀어보겠다던 터라 돌파구다 싶어 너무 서두른다. 냉정함을 잃은 들뜬 모습이 우리 국민의 눈에도 훤히 보인다. 이 정권에게는 김정은의 신년사가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남북대화, 북핵 해결까지 주마등처럼 스쳤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렇게 서둘러서야 하나. 어딘가 서툴러 보인다. 우리는 저들에게 언제나 숨긴 망치에 뒤통수를 맞아 왔지 않는가.
이번엔 망치도 보인다. 올림픽을 자신들 정치 선전장화 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늦춰 보려는 술수를 부리고 있다. 저들은 어떻게 세계 각국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며, 피땀 어린 경쟁 끝에 어렵사리 따낸 출전권을 손도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가.
동계스포츠 경쟁력이 약한 국가들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와일드카드 제도를 북한에 적용하겠다는 게 IOC의 입장이기는 하다. 북한의 참가가 스포츠를 통한 평화 실현이라는 올림픽 이념과 맞는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북한은 국제 질서에 분탕질을 한 불량 국가로 페널티 감이다. 올림픽 참가를 염원하는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
남북대화의 목적은 남북한 간의 긴장완화, 평화정착, 교류협력 등을 통해서 민족적 화해를 이루고, 궁극적으로는 정치·군사 문제를 해결하여 평화통일을 달성하려는 데 있다. 지난해 7월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한 군사당국 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 논의 등을 위한 적십자회담 추진에도 꿈쩍 않던 북한이 트럼프의 위협에 다급하긴 했나 보다.
올림픽을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 보려는 노력은 환영할 일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운전석에 앉기 위해 국제사회가 구축해 놓은 대북제재를 허무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앞으로 올림픽 문제를 넘어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회담 등으로 논의를 넓혀갈 때 복잡하고 어려운 고비를 만날 것이다. 벌써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갖고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저들이다. 지난번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저자세의 외교로 국민을 실망시켰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대북문제에 우호적인 인사와 정책들로 인해 많은 국민이 이 정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남북 대화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막바지 단계와 겹치는 결정적 시기에, 그리고 우리의 동맹인 미국이 ‘3개월 시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미 백악관은 최대 압박 전략을 지속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했다. 과거의 실수라는 표현은 북한의 의도를 오판한 유화책으로, 경비 대주고 선전 마당 펼쳐 주고 핵개발 시간 벌어줘 온 실패의 경험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담이 이 정권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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