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다시 이 책이 읽고 싶다. 생활의 기본을 잊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간호사로 근무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손을 씻어라’였다. 하루 몇 번을 씻었는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자주 손을 씻었다. 내가 근무하던 곳이 항암치료를 하는 병동이라 무균술에 대한 기준이 상당했었다. 밖에서 들어오면 손을 씻으라는 로버트 폴검의 공중위생 설명은 간호사인 나에게 색다른 감동이자 그 책을 구입하게 한 이유였다.
내가 생각하는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덕목은 <인간애>와 <자기 정직성>이다. 환자를 환자 이전에 인간으로 볼 수 있는 마음 밭이 중요하다. 인간애가 없으면 의료와 간호의 본질은 유지되
최근 학교폭력, 가정폭력이 매일 미디어에 오르고, 외로운 사람들의 자살소식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 의료기관에서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발생한 보도를 접하며 우리 사회의 기본 의식이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에서 남을 때리지 않고,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관계의 기본이 다시 서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의료현장에서는 <인간애>와 <자기 정직성>의 기본이 살아나길 바란다. 더불어 나의 기본을 되짚어 보게 된다. 나의 언어는 폭력적이지 않나? 나 때문에 학생 중 누구는, 직원 중 누구는 힘들어하지 않나? 누군가를 무례하게 대하지는 않았나? 세상을 살면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미 배웠음이, 그리고 그것을 점점 잊고 있음이 지금 새삼스레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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