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무자격 교장 공모제

▲
지난해 11월 도교육청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정책 연구’라는 공청회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과 반발이 있었다.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수료 교사들을 학교장으로 승진시키겠다는 것인데, 현행 승진 체계를 크게 흔들어 놓아 학교에 갈등과 혼란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였다.

필자는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반대 청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교육부의 관련 법령 개정을 예견한 바 있다. 이에 보란 듯이 교육부는 지난 연말(2017.12.26) 무자격 교장 공모제의 전면 확대를 위한 교육공무원 임용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무자격 교장 공모제는 이미 시행 취지와 달리 특정 노조 교사의 교장 공모제로 변질되면서 교직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시켜 왔다. 다양한 교직 경력이 중시되는 학교 현장의 정서 상, 자격증 없이 15년의 교사경력만으로 교장이 될 수 있게 한 무자격 교장 제도는 실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현행 무자격 교장 공모제는 정치화된 교육감 선거의 코드·보은 인사로 전락했다. 특정 노조의 무자격 교장 만들기로 전락하였다는 것은 필자만이 아닌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무자격 교장 공모제가 ‘특정 노조의 교장 만들기 제도’라는 것에 응답자의 71.2%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 또한 진보 교육감들의 자기 사람 심기, 평교사의 장학관 승진과 함께 잘못된 인사로 지적된 바 있다. 인사의 공정성과 교직 전문성을 외면한 현대판 음서제가 아닐 수 없다.

▲
한국교총 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81%가 무자격 교장 공모제를 불공정한 것으로 보고 있고, 이의 전면 확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1회성 인기 영합적 서류 제출과 면접으로 공정성을 잃고 있으며, 오랜 기간 성실히 교육하며 승진을 준비해 온 교원들을 좌절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말하는 ‘과정의 공정’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교장은 다양한 축적된 경험과 경영 리더십이 특별하게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다. 이에 반해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자격 교장 공모제는 학교에 냉소주의와 비교육적 분위기를 팽배시킬 것으로 보인다. 화기와 질서가 있어야 할 학교가 구성원들의 편 가르기로 인해 갈등과 알력이 만연한 근무 환경이 될까 염려된다.

 

학교는 존경받는 리더십으로 뒷받침된 교장의 전문성에 의해서 경영될 때 교육의 질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발전할 수 있다. 학교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학교가 무책임한 선동과 일부 소수 의견이 전체 의사인 양 오도되어 흔들릴 때 학교 교육이 어려워지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김유성 죽전고등학교 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