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표현 방식은 사람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분노억제다. 분노억제는 화가 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화병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 둘째, 분노표출이다. 분노표출은 분노유발 대상에게 직간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심하면 타인과 자신을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셋째, 분노조절이다. 분노조절은 빨리 냉정을 유지하고 분노감을 진정시켜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분노감정은 일차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상대가 내 머릿속의 기대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반대로 내가 상대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발생한다. 분노의 결과는 오직 상처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상처의 괴로움과 불행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그것은 진정한 용서뿐이다. 용서의 사전적 의미는 ‘지은 죄나 잘못을 벌하거나 꾸짖지 않고 덮어주는 것’이다. 용서를 한자로 나타내면, 容恕인데 이는 얼굴 ‘용’, 용서할 ‘서’다. 특히 恕라는 글자에는 ‘헤아려 동정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상대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감이 깊어서 생각할 때마다 몸과 마음이 떨리는 순간들도 있다. 머리로는 용서하고 싶어도, 가슴은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는 가짜용서와 진짜용서가 있다. 머리로는 용서했지만 가슴은 아닌 경우가 가짜용서다. 가슴으로 용서하고 마음속에 따뜻한 이해심이 들어 있는 경우가 진짜용서다. 따뜻한 이해심은 자비로운 마음의 필수조건이다.
진짜용서는 상처를 치유하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진짜용서는 반복되는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복수의 유혹은 매우 강렬하며 그 열매는 마약처럼 달콤하다. 그러나 아무리 복수를 해도 남는 것은 피폐함밖에 없다. 왜냐면 복수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소득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진짜용서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다. 그 보답으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진짜용서는 자비로운 마음에서 일어나고, 따뜻한 사랑에서 비롯되며, 어진 마음에서 머물며, 참지 못하는 것을 돌이켜 나를 내려놓게 하는 힘이 있다. 진짜용서가 어렵다면, 욕망의 수준을 한 번 낮추어보라. 그것만으로도 진짜용서를 해야 할 일이 줄어들 수 있다.
김청송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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