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까지 단 2승…페더러와 4강전이 가장 큰 고비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의 그랜드슬램 대회 4강 진출의 신화를 쓴 정현(세계 58위·삼성증권 후원)의 눈이 이제는 정상을 향하고 있다.
경기도가 낳은 한국 테니스의 최고 스타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이번 대회 또다른 돌풍의 주역인 테니스 샌드그렌(세계 97위·미국)을 3대0(6-4 7-6<7-5> 6-3)으로 일축하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선수로는 그랜드슬램 대회 첫 4강 진출이자 이 대회에서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에 이은 아시아인으로는 86년 만의 쾌거다. 이제 정현은 단 두 경기만 승리를 거두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대회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이 대회는 물론 프랑스오픈, 윔블던대회, US오픈까지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대회에서 아시아인이 우승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아시아인이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은 니시코리 게이(세계 24위ㆍ일본)가 2014년 US오픈에서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만큼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좀처럼 오르기 힘든 고지가 그랜드슬램 대회 정상이다.
하지만 연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만 스물두 살의 청년 정현은 아시아 남자선수로는 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그 고지 등정에 한 발 더 다가서 있다. 정현은 오는 26일 열릴 준결승전서 ‘디펜딩 챔피언’ 로저 페더러(세계 2위·스위스)와 4강 대결을 펼친다.
페더러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으로, ‘테니스 황제’라는 별명처럼 화려한 우승 경력이 대변해주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개인 통산 95차례 우승으로 1970~80년대 109승을 기록한 지미 코너스(미국)에 이어 역대 2위를 달리고 있는 현역 최고의 선수다. 페더러의 우승 가운데는 이 대회 5회 우승을 포함해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기록이 19차례나 된다.
정현은 아직까지 페더러와 한 번도 맞닥뜨린 적이 없다. 과거에는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기에 충분한 선수였지만, 페더러는 올해 나이가 37세로 정현보다 열다섯 살이 많다. 체력과 순발력, 지구력을 두루 갖춘 정현이 이번 대회서 보여준 기량을 발휘한다면 페더러도 못넘을 벽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현이 가장 큰 고비인 4강전에서 페더러마저 넘어설 경우, 결승전서 마린 칠리치(세계 6위ㆍ크로아티아)-카일 에드먼드(세계 49위·영국) 승자와 맞붙게 되지만 돌풍에서 ‘A급 태풍’으로 변모한 그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에서다.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의 그랜드슬램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폭풍을 몰아치고 있는 정현의 활약에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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