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 정현, 국민에 희망 줬다

호주오픈 테니스… 86년 만에 아시아 선수 첫 쾌거
모처럼 낭보에 대한민국 ‘들썩’… 경제 효과도 ‘톡톡’

▲ “해냈다”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3대0으로 꺾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정현은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오는 26일 준결승을 치른다. 연합뉴스
“해냈다”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3대0으로 꺾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정현은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오는 26일 준결승을 치른다. 연합뉴스
경기도가 배출한 테니스 스타 정현(22ㆍ삼성증권 후원)이 이역만리(異域萬里) 호주에서 띄우는 낭보에 전 국민이 환호하며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랭킹 58위인 정현은 24일 오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113년 전통의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의 돌풍을 3대0(6-4 7-6<7-5> 6-3)으로 잠재우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이자 아시아인으로는 86년 만에 대회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썼다.

 

이날 정현의 경기가 펼쳐진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약 2시간40분 동안 국민은 직장과 자택, 터미널, 식당 등에서 8강전 경기를 숨죽여 지켜보며 날카로운 그의 스트로크가 상대 코트 구석구석을 찔러 포인트를 따낼 때마다 환호했다. 또 정현이 실수로 점수를 내줄 때는 탄식의 목소리로 아쉬움을 표했다. 근무 중이거나 식사로 인해 TV를 지켜볼 수 없는 사람들은 한켠에 스마트폰을 켜놓고 정현의 경기를 관전하는 등 어느새 테니스가 국민 스포츠로 변했다.

 

이처럼 국민이 ‘정현 홀릭’에 빠져든 이유는 이번 호주오픈이 프랑스오픈, 윔블던대회, US오픈과 더불어 그랜드슬램 대회(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첫 대회인데다 정현이 4강까지 올라오며 상대한 선수들이 16강서 붙었던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16위ㆍ세르비아)를 비롯, 3회전서 대결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ㆍ독일)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연파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 및 구속, 끊임없는 정치권 다툼에 계속되는 경제 침체, 여기에 올겨울 유난히도 추운 한파로 인해 가뜩이나 움츠러든 국민에게 모처럼 기쁨을 선사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정현이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실의에 빠졌던 1998년 당시 골프선수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맨발투혼을 발휘하며 우승 샷을 날렸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국민에게 큰 힘이 돼준 쾌거이다.

 

이날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휴게실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A씨(28ㆍ여)는 “정현 선수의 경기를 보려고 점심도 거른 채 휴게실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면서 “남은 준결승, 결승전서도 모두 승리해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신화를 썼으면 좋겠다”고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또한 정현 선수와 출생, 학교 등의 관련이 있는 수원시와 안성시, 용인시 등 지자체들은 다투어 SNS를 통해 ‘ㅇㅇ시의 아들 정현’이라고 홍보하는가 하면 도내 체육관계자들은 그와 찍었던 사진 등을 올리며 셀프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정현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한편, 정현의 4강 진출로 이날 시청률이 낮은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중계에 동시접속자 67만 명, 누적인원 425만 명이 시청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대회 공식 후원사인 KIA자동차는 정현 효과로 인해 지난해 약 5억 1천만 달러(5천445억 원)를 훨씬 능가하는 홍보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현 선수를 후원하는 삼성증권 역시 방송 노출로 인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등 테니스 스타 정현의 선전이 국민과 국가경제에 엄청난 힘이 되고 있다.

황선학ㆍ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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