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빈둥거릴 시간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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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놀이, 다정한 말, 충분한 신체 접촉뿐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도 아이의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 한다. 좁은 곳에서 생활한 쥐보다 넓은 공간에 있는 쥐의 뇌가 더 무겁다는 연구 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회사원들은 퇴근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TV나 보며 멍하니 있으려 한다. 이들이 건성으로 대답하고 움직이지 않는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충전 중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나 예술가에게 혼자 있는 공간은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사무실에 작가들을 줄 맞춰 앉혀 놓는다면, 우리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나 시가 나올까? 연구자도 자기와 대화하며 일을 한다. 그들은 대개 혼자 틀어박혀 일을 한다. 다 같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조직은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창의적인 작업에 맞지 않아서다.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못 견디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움직여야 하는 날은 속도를 지켜 운전하는 차,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에게도 짜증이 난다. 그런 날은 실수도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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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떨까? 일어나서 허겁지겁 밥 먹고 학교 가고 수업 마치자마자 학원 가고, 집에 와 빨리 저녁 먹고 학교 숙제하고, 학원 숙제하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 신나게 놀고, 끝없이 상상하고 책에 빠져 주인공 혹은 그 친구도 되어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야 하는 길은 얼마나 시리고 따갑겠는가. 아이는 (옆에서 보기에) 멍하니 있으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여물어간다.

늘 바쁘게 이어지는 일과는 지적 호기심이 자라거나, 깊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른도 그러하다. 늘 쫓기고 바쁘면 긴장과 짜증이 몸 어딘가에 쌓여 있다 어느 날, 느닷없이 터진다. 이 사람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하루 열 시간쯤 자고 칸트는 매일 산책을 했다 한다. 이들처럼 대단한 학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려 깊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아이에게 빈둥거릴 시간을 허하라!

 

이정미 경기도 보육정책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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