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부상 딛고 진통제 투혼 발휘한 진정한 승자
유난히도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한 주 대한민국 국민들은 경기도가 낳은 스물 두살의 ‘청년 영웅’에 웃고 울었다.
열흘간 2018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써내려간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정현(세계랭킹 58위ㆍ삼성증권 후원)에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세계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 전 세계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잇따라 꺾는 등 한국인으로는 아무도 이루지 못한 4강 신화를 쓴 정현은 지난 26일 결승 길목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준결승 경기서 2세트 경기 도중 아쉽게도 부상으로 기권했다.
이날 경기 내용을 놓고 볼 때 정현이 페더러에 기량 면에서 다소 열세였던 것은 분명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은 그가 보여준 투혼과 의연함에 다시 한번 감동하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준결승전서 정현은 2세트 도중 오른발 발바닥 부상으로 인해 기권을 하고 말았다. 경기 뒤 정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부상 입은 발바닥 사진을 게재하며 “오늘 저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경기를 포기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많은 팬분들 앞에서, 훌륭한 선수 앞에서 내가 100%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선수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정현이 게재한 사진에는 물집이 터져 속살이 속살까지 훤히 드러났으며, 정상적으로 걷기조차 힘들것 같은 심한 상처였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딛고 4강 신화를 일궈낸 정현은 SNS 소식 끝머리에 “며칠 뒤에 있을 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 선수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는 상대에 대한 응원 글귀를 남겨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조코비치와의 16강전부터 발바닥 부상에 시달린 정현은 자신은 물론, 주위 분들과 국민들의 열망을 잘 알기에 진통제를 맞는 투혼을 발휘하며 8강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까지 제친 것이다.
그의 이번 대회 행진은 4강에서 멈췄지만 그는 조코비치, 페더러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대결을 펼친 것과 자신의 이번 대회 진짜 바램에 대한 속내를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털어놨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꿈같은 2주였다. 이 대회를 진짜 잘하기 위해 세웠던 목표는 인스타그램 100K(10만 명)를 만드는 거였다. 그 목표를 이뤘다”며 눈에 하트가 맺힌 이모티콘을 달아 만족감을 표했다.
28일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정현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문제가 된 발바닥 치료와 함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스물 두 살의 꿈많은 청년 정현은 세상 어느 발보다도 ‘아름다운 발’을 내디뎌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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