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정현이 만든 완벽한 시간의 점수 15, 30, 40

▲ 김도균
▲ 김도균
“정~~ 현”.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 ‘4강 신화’를 만들며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쓴 22살 젊은 청년이다. 지난 연말 신년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메이저 우승”이라고 밝혔던 그가 이번 호주오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과 활약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며칠 동안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기쁨으로 만들었다.

테니스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점수 산정 방식을 보면서 의아해한다. 일반적인 점수방식과 다른 15, 30. 40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점수가 순서대로 정해지지 않는 이유를 [위키피디아] 사전에는 ‘시계’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테니스가 프랑스 중세 수도원에서 처음 경기를 시작했을 때 원형 시계에 나와 있는 점대로, 1점은 15, 2점은 30, 3점은 40, 시계바늘을 움직여 점수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며, 바늘이 한 바퀴를 돌아서 60에 다다르면 경기가 끝나도록 하였다. 아마도 바쁘게 수도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시간이 소중하지만 경기를 끝내려면 반드시 한 바퀴를 돌아야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0’을 러브로 읽는 것은 ‘시계의 정각’을 뜻하는 프랑스어 ‘뢰르’(l’heure)에서 왔는데, 이것은 경기 전 서로를 사랑하고 존경해야 한다는 뜻에서 ‘러브’로 불린다고 본다. 즉 승리를 하려면 사랑과 존경으로 시작하여 한 바퀴를 돌아 정각에 도착하여야만 완벽한 승리의 원이 되는 것이다.

 

정현 선수가 비록 4강전 패더러와의 대결에서 기권패한 아쉬움이 있지만 깊게 파이고 상처 난 발바닥을 보며 그가 얼마 큰 고통과 인내의 시간 속에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22살의 젊은 청춘이 만들어낸 4강 신화와 테니스의 점수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깊은 뜻이 있다.

 

그의 승리는 바로 시간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선수로서의 노력과 충실함의 원을 완성했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귀한 가치가 있다. 

 

시계만을 만들어 장인이 된 사람이 평생의 작업으로 온 정성을 기울여 아들을 위한 작품 시계를 만들었다. 아들이 시계를 받아보니 시침은 동(銅), 분침은 은(銀), 초침은 금(金)으로 되어 있어 이상하여, “아버지, 초침보다 시침이 금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질문하자 아버지는 “초침이 없는 시간이 어디에 있겠느냐? 작은 것이 바로 되어 있어야 큰 것이 바로 가지 않겠느냐? 초침의 길이야말로 황금의 길이란다. 그래서 금으로 만들었단다”라고 대답하였다.

 

정각인 테니스의 러브(0)부터 시작되는 경기처럼 우리의 삶도 큰일은 초침처럼 작은 습관, 실천, 부지런함, 의지 등이 선행될 때 점수가 만들어지고 승부가 끝나기 위해서는 한 바퀴를 돌아 시간이 완성되는 점수처럼 시작과 끝을 분명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정현은 이형택이 남긴 세계 36위 기록을 뛰어넘어 30위 내 진입으로 역대 한국 선수 최고 랭킹을 예약했다. 그의 앞길은 비단길 같을 수도 있으나 그가 스타를 넘어 레전드가 되기 위한 험난한 그 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초’라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 작품으로 아들의 손목에 시계를 채워주며 ”초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과 분을 아낄 수 있겠니? 세상만사 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하고 너도 이제 성인이니만큼 1초의 시간도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라” 라고 한 장인의 말을 아침에 되새겨 본다. 정현 선수 파이팅!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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