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비트코인·블록체인 그리고 투명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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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등장으로, 전세계 금융업계는 기존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의 종말을 예견하거나 새로운 대안화폐로 변경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암호화폐는 총 1천384개 종류가 있으며, 이들의 시장 규모는 세계 20위권 국가의 통화량에 준하는 2천억 달러(212조 원)를 넘어서고 있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Bitcoin)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일본)라는 가명을 쓴 사람 또는 그룹(그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 개발하여, 2009년 1월 3일 프로그램 소스를 배포하면서 시작되었다. 2009년 비트코인 최초의 공식적인 거래가치는 약 20달러의 피자를 1만 비트코인으로 거래하였고, 2018년 1월 기준으로 1 비트코인이 2천900만 원의 최고점일 때 거래했다면 약 2천900억 원이 된다. 이것이 비트코인 광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암호 화폐에 대한 국가별 정책은 혼돈 상태이다. 투기 광풍·금융 불안·국부 유출 등 어두운 면에 비중을 두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은 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혁신성·투명성·탈중앙화에 따른 자율성 등 밝은 면을 인정하는 영국, 일본 등은 적극 수용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가상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크게 규제하지 않는 불간섭 원칙을 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고 했으나,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에 막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과 같이 우스운 이야기”라고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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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처음으로 실용화된 사례이며, 블록체인이 열어갈 미래 세상의 시작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ㆍ공공거래장부)은 특정 데이터를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 컴퓨터에 분산 저장해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로 만든 것으로, 가상화폐 거래내역 등 데이터가 담긴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모음이다.

지난 1월 17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블록체인 혁명, 전통경제와의 융합’ 포럼 강연에서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Don Tapscottㆍ캐나다)은 ‘블록체인은 신뢰 기반의 제2의 인터넷 혁명’이며, 분산-신뢰 프로토콜 블록체인 혁명에서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는 신·구체제의 충돌이며,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 중심의 경제체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 세계경제가 충분히 통합돼 지구촌경제를 운운할 시기에는 특정국가에 좌우되지 않는 중립적인 통화로서, 암호화폐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정부의 규제정책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암호화폐 규제는 필요하나, 과도한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강정진 동서울대학교 교수·㈔한국인터넷방송통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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