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설익은 정책, 멍드는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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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감, 대통령이 바뀌면 공약, 국정 과제 등을 반영하여 교육정책을 새롭게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몸살을 겪으며 부작용은 학생 교육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물론 기존 정책에 대한 더하기 빼기 등이 필요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고, 교육 외적인 것들로 넘쳐 학교의 교육적 기능은 이미 실종 상태에 있다.

 

조급증과 단선적 사고가 화를 부른다. 시스템다이내믹스로 정책과 관련된 제반 변인간의 정적·부적인 인과 관계와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교교육 황폐화의 주범인 교원정년단축, 학교 부담만 가중시킨 급식·비정규직·방과후학교, 최근에는 혼란만 야기한 수능시험 절대평가 확대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교장공모제 등으로 현장이 시끄럽다. 이들 정책은 이해당사자, 예산, 교육환경, 심리적 환경 등 제반 요인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교원정년단축을 예로 들어보자. 고경력자 한 명을 줄이면 젊은 교원 몇 명을 더 채용할 수 있다는 경제 논리에서 출발하였다. 정작 정년단축이 시행되면서 학생을 가르칠 교사가 없는 비극이 발생하였다. 초등교육 황폐화가 초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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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 확대·정착되어가고 있지만, 이로 인하여 예산이 줄은 곳은 어느 부분인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학교 살림이 어렵다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곳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다른 곳이 줄어드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교육현장에 답이 있다. 절차상의 민주성, 사회적 합의 등이 소홀하게 다뤄진다면 군부독재 시대와 무엇이 다를까? 대통령 공약이라는 핑계로 설익은 교육정책을 강행하려는 교육부를 없애자는 의견, 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보조인력 및 학교도서관 보조인력 등 채용금지에 대한 항의성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용기 있는 교육부 수장이라면 우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대통령 공약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수정, 보완 및 파기 등을 설득해야 한다.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보조인력 감축은 학부모, 교원에게 새로운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학교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존재 의미가 없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김한호 한국교원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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