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체질 덕분 유제품 가공에 관심 가져
매일 신선한 목장 우유로 생산 맛·성분 자신
어린이집 등에 납품… 로컬 푸드로 키워낼 것
“우리 목장에서 가져온 신선한 우유를 마시지 못해 속상했죠. 하지만 그 덕분에 치즈 장인이 된 것 같아요.”
선천적인 체질에서 착안, 목장에서 바로 가져온 신선한 우유를 이용해 만든 ‘목장형 치즈’로 치즈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치즈 공방 ‘하네뜨’의 장미향 대표(59)와 그의 남편 김영식 거사목장 대표(62).
하네뜨(포천시 영중면 소재)의 탄생은 장 대표의 체질에서 비롯됐다. 원래 남편과 목장을 운영하던 장 대표는 선천적으로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발효시킨 요구르트와 자연 치즈는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은 것을 발견, 유제품 가공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 자연 치즈 제조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또 치즈 교육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본격적인 치즈 공방 사업은 2009년 농촌진흥청을 통해 농촌여성창업자금 1억 원을 지원받으며 시작됐다. 공방 이름은 손(hand)과 프랑스어로 정직함(honette)을 합성해 ‘하네뜨(hanette)’라고 지었다.
본격적인 치즈 공방 사업은 2009년 농촌진흥청을 통해 농촌여성창업자금 1억 원을 지원받으며 시작됐다. 장 대표는 지원금 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사업을 성장시켰다. 공방 이름은 손(hand)과 프랑스어로 정직함(honette)을 합성해 ‘하네뜨(hanette)’라고 지었다.
이후 장 대표는 치즈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2012년 독일로 연수를 떠났다. 독일 알고이 지역의 호론이라는 농가에서 먹고 자며 치즈를 만드는 실습을 했다. “알고이 지역의 농가들은 20여 명이 우유 생산을 하고, 치즈 등 가공 식품을 지역 내에서 모두 소비하는데 여기에서 자연순환형 농법이나 로컬 푸드 운동에 좀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장 대표는 회고했다.
하네뜨는 자연 치즈와 숙성치즈를 직접 생산하는 공방이다. 스트링 치즈와 구워 먹는 치즈인 꾼 치즈, 숙성치즈인 틸지터와 베르크 등을 직접 만든다. 이곳 치즈는 남편이 운영하는 인근 거사목장의 젖소 60~70마리가 짠 따뜻한 우유를 매일 아침 바로 가져와 만든다.
장 대표는 “치즈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료인데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우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맛이 안 나온다”며 “저희 같은 경우는 30년 이상 운영한 목장에서 짠 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성분이 확연히 다르다”고 확신했다. 장 대표의 이런 확신은 거사목장이 퇴비와 사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자연순환형 목장이기 때문이다.
하네뜨의 베르크, 틸지터 등 경질 치즈는 장인급이다. 경질 치즈는 숙성 치즈의 일종으로 수분 함량이 35% 이하인 딱딱한 치즈를 뜻하며, 베르크와 틸지터를 포함해 에멘탈, 체다, 로마노, 콜비 치즈 등이 경질 치즈로 분류된다. 장 대표는 베르크와 틸지터로 목장형 유가공협회와 축산과학원이 주최한 자연 치즈 경연대회에서 금상도 받았다.
장 대표가 만드는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엔 보존료, 향신료, 착색제 등 인공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짧고, 쉽게 상한다. 이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납품해 사업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단점도 있다.
장 대표는 농협 중앙회에서 전국 하나로 마트에 매대를 마련해주겠다고 제안이 왔지만, 치즈 생산과 보관, 운송, 반품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 사양했다. 이제는 포천에서 지역 특산물과 결합해 로컬 푸드로 키우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현재 하네뜨는 지역 내 어린이집에 간식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포천 하나로 마트와 로컬 푸드에도 상품이 진열됐다. 당일 배송하는 택배 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며, 일정 금액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정기적으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보내주는 꾸러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공방 치즈 카페와 체험 프로그램을 활성화 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장 대표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만든 치즈를 먹고 건강해졌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이 일로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면 장인정신으로 이어갈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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