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상화폐 대책, 더는 중구난방식이어선 안 된다

이관식 디지털콘텐츠부장 k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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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날린 20대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유사수신행위를 적용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제2의 바다이야기’를 언급하며 거래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화가 아니어서 무관하다는 태도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금융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과세에 집중했고, 한국은행은 가상화폐에 부정적 시선을 던졌다. 가상화폐에 정의가 없다 보니 각 부처가 자기 입장만 내세웠다.

 

특히 정부의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는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다시 국무조정실로 바뀌었다. 이 같은 정부 부처 간 이견과 가상화폐를 다룰 컨트롤타워가 매번 바뀌면서 가상화폐 정책도 오락가락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됐다. 현재 정부의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로 일원화되어 있지만 금융위, 기재부, 법무부 간 명확한 정책 조율이 되고 있지 않다.

 

가상화폐 대책이 더는 중구난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실명제와 과세 등을 통해 투기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내리는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명확한 규제 방향성을 제시한 다음, 과세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시장의 혼란을 막고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300만 명에 달하고 하루 거래액이 수조 원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보안실태를 점검하고 거래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5천600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거래소 3곳이 해킹사고로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지난해 말 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킹으로 파산절차를 밟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우리나라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북한에 해킹을 당해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가상화폐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28일 마감됐기 때문이다. 관례에 따라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은 한 달이 되어가는 오는 27일 전까지 가상화폐와 관련된 정부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가상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육성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해당 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앙의 통제나 간섭을 탈피하는 데서 출발한 공개형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부작용은 막되, 기술은 살려야 한다.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가상화폐가 투기나 불법거래에 악용되는 일은 막아야겠지만, 가상화폐의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이 정부의 잘못된 규제 때문에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기와 탈법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규제하고 가상화폐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관식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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