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빛… 홀로그램, 자연을 담다
그룹 크하그 기획전 ‘수월경상’ 파도 치고, 달 형상 보이는 등 오묘한 빛으로 만든 신비로움
지폐의 위조 방지 표식이나 스티커 등에 평면에 이용하는 홀로그래피 기술은 비교적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무대 공연은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는 홀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홀로그램을 색다르게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내 최초 홀로그램 미디어 아트 그룹인 크하그(KHAG:Korea Hologram Artist Group)가 기획한 전시다.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굿모닝하우스 누구나 갤러리에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수월경상(水月鏡像)-물 안에 달빛을 담다>는 바람과 소리, 빛 등 자연의 감각을 콘셉트로 한 전시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30m 가량 되는 한지가 나부끼는 것이 보인다. 작품은 공간에 바람이 머물게 하며 계속 흐른다는 걸 드러낸다. 실제로 전시장 내에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지만 한지 중간중간 담긴 홀로그램이 조명을 받아 펄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방의 필기>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유랑하는 이방자를 바람에 대입한다. 불에 그을린 자국 속 부착된 홀로그램 속에 보이는 형상은 각기 다르다. 이방자가 머물렀던 기억 속 공간들을 담아낸 듯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묘한 소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 오묘한 빛을 내는 홀로그램 필름이 눈을 사로잡는다. 홀로그램 필름은 거친 파도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업은 소리를 파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획자들은 규정하지 못한 옥타브와 혼란으로 생긴 백색소음을 보여주고자 의도했다. 끝없이 반복되는 소리가 차 있는 전시장에는 아이러니한 고요함이 머무른다.
전시작 중 <달의 바다>는 기획자들의 의도를 가장 잘 담고 있다. 긴 욕조 위에 매달려 있는 액자에는 달의 형상이 보인다. 빛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스스로 빛낼 수 없어 태양빛에 의존하는 달을 잘 나타냈다. 실제를 바로 볼 수 없는 현대사회를 반영했다.
욕조 위에 홀로그램으로 떠 있는 달을 보려면 방향과 각도를 잘 맞춰 감상해야 한다. 허공에 떠 있는 형상이 감성적이며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크하그 그룹은 홀로그램의 특수성에 메시지를 담아낸 독특한 전시를 펼쳤다. 이들의 두번째 정기전 <수월경상>은 홀로그램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관람객에게는 색다른 자극을 준다. 전시는 밤에 보면 더 아름답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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