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일 정부는 추가적인 사과 조치는 절대로 불가하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 측에 합의의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소녀상의 이전이나 철거에 관한 한국 측의 의무가 합의 내용에는 명시적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은 데도 일 측이 이에 대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일관계의 정상화는 위안부 합의에 관한 양국 정부 간 현재의 입장 차이가 여하히 조율되는가에 달렸다고 보인다. 우리 국민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비추어 일본정부로부터 합의의 생명력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현재의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가 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일본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3% 정도의 압도적인 수준으로 위안부 합의에 관한 일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일관계에 있어 안타까운 점은 국내에서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 정부의 태도를 성토하는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역으로 일 정부의 과거사를 왜곡 또는 미화하는 수정주의 노선에 대한 일본 대중들의 지지도는 높아지는 현상이다.
일본인들은 서양인들의 시선에 관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예민하다. 일본인들은 서양인들의 시선이 긍정적이기를 바란다. 한국이 국내외에서 위안부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이 폄훼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국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갖게 됨과 함께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일 정부의 역사 왜곡적인 수정주의 역사관을 지지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일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과거사 양국 문제는 정부 간 차원의 대립에서 그치지 않고 양국 국민 간의 상호 불편한 감정이 증폭돼가는 측면도 보여 우려가 된다. 이와 관련해 사드 이후의 한중 관계에 관해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을 제시한 한 언론사의 베이징 특파원의 논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파원은 현재의 한중 관계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이나 홀대보다는 양국 민간에서 확산되는 반한 반중 감정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때, 북한의 핵 문제 해결 그리고 이후 북한의 체제개혁과 한반도 통일까지의 지난한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보면서 이러한 중국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라면 우리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리가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정착이라는 백년대계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생각케하는 충언이라고 생각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이끌어 나갈 때 일본 지도층이 수정주의 역사관을 내세워 과거사를 합리화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이는 마치 타조가 얼굴을 모래사막에 박고 엉덩이는 내보이는 모습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이에 대해 냉철한 대응을 통해 국익을 위한 용일의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추구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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