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와보니 또 내 공책을 찢고 지우개를 부러뜨려놓았다. 숙제한 공책인데… 나는 속이 상해서 엉엉 울었다. 엄마가 미안하다고 얼른 다시 하라고 하셨다. 숙제하는 게 얼마나 팔이 아픈데! 미안해. 엄마가 왜 미안해? 너 힘들게 해서 미안해. 이럴 때 엄마 얼굴을 보면 슬프다. 그래서 책장을 쳐다보았다.
숙제를 하는데 밖이 시끌시끌하다. 동생이 또 찌개를 싱크대에 버렸나 보다. 벌써 열 번도 넘게, 한 숟가락도 안 먹은 찌개를 동생은 싱크대에 부었다. 엄마는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고 그러는 것 같다고 한다. 바보, 먹은 거와 안 먹은 것도 모르나… 동생은 미역국도 여러 번 버렸다.
오늘도 엄마는 다시 찌개를 끓이고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등을 한 대 때렸다. 동생은 소리 지르며 거실에서 쿵쿵 뛰었다. 아래층에서 올라온다고 엄마가 달랬지만, 동생은 엄마 손을 깨물고 내 팔도 꼬집었다.
동생은 창밖으로 아빠 지갑에 있는 돈하고 카드를 다 던진 적도 있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번개같이 단추를 다 누르고, 꼭대기 층까지 갔다가 8층에서 내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동생을 다 안다. 내 얼굴도 안다. 나는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 엄마는 날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백 번은 하는 것 같다. 나는 내 동생이 말을 할 줄 알고 사고 좀 안쳤으면 좋겠다. 나는 동생 때문에 너무 힘들다. 엄마는 더 힘들겠지?
이정미 경기도 보육정책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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