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디지로그시대의 자화상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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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본질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찾기엔 어려운 평생의 과제이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거쳐 디지로그(DigiLog)의 융복합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접근성을 보여왔다.

 

자화상(Self-portrait)은 한 인간의 삶을 얼굴에 고스란히 조각한 그림으로, 인류 최초의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을 작품에 새기는 자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원전 6세기 조각가 테오도루스는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이륜 전차를 모는 자신의 얼굴을 조각했다고 한다. 자화상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된다. 

14세기에는 비밀스럽게, 15세기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기 시작했고, 17세기 이후 개인주의가 자본주의와 맞물리면서 조금 더 당당한 자화상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자화상을 대표하는 렘브란트는 약 100점의 자화상을 그렸고, ‘고뇌의 화가’ 고흐는 고뇌로 얼룩진 약 40여 편의 자화상을 남겼다. 개인주의가 보편화되면서 혼돈 그 자체인 인간의 내면을 보기 시작했고, 화가들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셀카(selfie)는 2013년 옥스퍼드사전에 공식 등록되었고, ‘자기자신을 찍은 사진으로, 전형적으로는 스마트폰이나 웹캠으로 찍고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업로드한다’고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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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외모에 대한 집착에 초점을 두면서, 나르시시즘(narcissism, 인격적 장애증상, 자기애), 중독,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과학자들이 있는 반면, 심리학 교수인 파멜라 B. 러틀렛지(Pamela Rutledge)는 ‘셀카는 보통사람들을 축복하는 것’이며, UCLA 심리학자 안드레아 레타멘디(Andrea Letamendi)는 ‘셀카는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분상태를 표현하고, 중요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한다’라고 자신감 회복인 자아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자화상’과 ‘사진을 찍는 셀카’는 분명히 다른 형태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작가와 모델이 일치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화가들이 그려내는 절묘한 자화상처럼 인공지능형 셀카(AI Selfie) 또한 화가의 독자적 세계와 외부 세계와의 융합(convergence)을 구현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는 쉬운 방법부터 실천해보자. 영화 (2015년)의 주인공처럼 매일매일 바뀌는 자신의 얼굴을 셀카로 여러장 찍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자.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감싸는 ‘사랑의 온도’를 힘차게 높여가자. 자존감이 높은, 자기애가 높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여….

 

강정진 동서울대학교 교수·㈔한국인터넷방송통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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