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동포, 인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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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내일 눈을 뜨면 반복되는 일상이 있다. 그렇게 평범한 시간이 지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신년이 밝으면 새해 계획을 세우고 나만의 시간에 스케치를 한다. 절주를 다짐해 보기도 하고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꿈을 꿔보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한결같이 하나의 소원을 꿈꿔온 이들이 있다. ‘내일’이면 반드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손꼽아 기다린 이들. 보고 싶은 부모, 형제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잊혀져가는 고향의 모습. 그 모습이 누구보다 간절한 이들은 바로 사할린동포들이다.

 

사할린동포의 역사는 일제의 강제징용 등에 의해 러시아 사할린으로 이주시키면서 시작됐다. 불행 중 다행히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면서 이들은 이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귀환 불허와 1952년 일방적인 국적 박탈조치로 인해 사할린에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또 한 번 좌절해야 했다. 그렇게 남은 한국계 동포는 후손까지 포함해 약 4만3천여 명이나 됐다. 인도적 사안 해결을 위해 1989년 7월 한일 정부의 요청으로 양국 적십자사는 사할린동포의 영주귀국, 일시모국 방문, 귀국지역방문 등 사할린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동포에 대한 지원하는 ‘사할린 한인지원 공동사업체’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한인 동포 중 우리 조국으로 귀국해 남은 삶을 보내고자 하는 분들은 영주귀국 시켜 드리고 사할린 현지 한인 동포 1세, 2세 모국을 방문한 이들은 국내에 7박8일간 체재하며 우리 전통문화와 발전한 고국의 모습을 시찰함으로써 고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일시모국 방문사업도 하였고 영주귀국한 사할린동포들을 대상으로 1~3개월간 사할린 현지를 방문해 가족과 친지와 만남으로써 제2의 이산의 고통을 줄이는 등의 지원이 이뤄졌고 약 4천여 명이 고국에 정착했다.

 

사할린동포 1세대 가운데 질병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요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데 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리 인천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인천 연수구에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이다. 귀국 당시 받았던 금의환향은 잠시, 현재는 간헐적으로 후원하는 시민만이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간 적십자에서는 사할린 어르신들을 위해 지역사회 기업과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삼계탕을 대접해 드리는 행사도 열고 지역 내 학생들과 사할린어르신이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프로그램을 만들어 미술치료라든가 말벗봉사 등을 했다.

 

특히 학생들이 적십자를 방문하게 되면 꼭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대해 소개하고 어르신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꼭 기억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후원은 줄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해방된 지 70여 년이 흐른 지금. 이제라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희망한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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