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평창올림픽과 공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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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은 인상적인 개막식과 폐회식, 원만한 경기진행, 완벽한 치안유지, 흑자운영,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 등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북한 핵문제로 유례없이 긴장이 고조되던 한반도는 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대화국면으로 전환됐으며, 정부는 이러한 남북 대화 기조가 미국과 북한 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이 냉전체제가 와해되던 시기에 우리의 북방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듯,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를 이룰 수 있는 고비가 되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개최국이 거양할 수 있는 성과는 첫째, 평화를 추구하는 인류의 화합을 도모함으로써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며 둘째, 대규모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과시하고 셋째,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기회를 활용해 자신의 문화를 알리는 일이라 하겠다. 평창올림픽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92개국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는 물론 경미한 치안사고나 불미스러운 사건도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의 참가와 남북한 단일팀 출전으로 분단 현장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극적인 요소까지 더해졌다. 또한 동계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시설이나 기술적 지원 등 운영 측면에서도 흠결이 없었으며, 개막식과 폐회식 등 다양한 계기를 활용하여 한국의 전통 고전문화와 현대 대중문화, 세계적 음악과 한국 음악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연출을 통해 한국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전했다.

 

‘한국을 세계에 제대로 잘 알리는 일’로 정의할 수 있는 공공외교 측면에서 평창올림픽은 서울올림픽 이후 한 세대 만에 맞이한 절호의 기회였으며, 한국은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자부하면서도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개막식 중계도중 주관방송사 해설위원의 한일관계 관련 발언이 우리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불러일으켜 방송사와 본인의 사과로 이어졌다. 공공외교를 통해 모든 외국인들로 하여금 우리와 동일한 역사인식이나 시각을 가지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우리의 시각으로 대응해 줄 여론이 국제사회에 나타날 수 있도록 평소 우호적 여론 주도층을 폭넓게 구축해두어야 한다.

 

한편 개 사육장을 방문하고 개를 입양하는 등 한국의 개고기 음식문화와 관련한 일부 외국선수들의 행동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었다. 해외 온라인 댓글은 한국인을 무작정 비난하는 대신 각국의 문화는 존중돼야 하지만 동물권리 보호 차원에서 잔인한 도축방법은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한국사회가 개의 도축과 위생관리에 있어 법적 공백상태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고유한 현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외국인이 있다면 잘 납득시키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할 도리이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지적이 의미 있는 것이라면 개선의 노력을 서두르는 것이 지구촌 일원으로 살아가는 지혜다.

 

남가주대학(USC)의 공공외교센터가 조사한 2017년도 각국의 소프트파워 순위에는 서유럽, 미국, 일본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데 비해 한국은 21위에 머물렀다. 소프트파워는 문화·가치·이념과 같이 만져지지 않는 힘,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외교활동이 바로 공공외교다. 군사력, 경제력 등 한국의 하드파워는 대체로 세계 10위권 안팎인데 비해 소프트웨어는 미진한 편이어서 공공외교 활동의 분발이 요구된다. 평창올림픽이 한국의 2018년도 소프트파워 순위를 끌어올려주기를 기대한다.

 

이시형 국제교류재단 이사장·前 주OECD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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