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인간 이외의 종들이 미투 운동에 합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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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적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도 오랜 기간 암묵적으로 자행되던 성폭력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고, 많은 가해자들이 심판대 위에 서고 있다. 본 필자도 개인적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더 진보할 수 있길 바란다.

 

미투 운동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들 중에서 우리를 특히 더 화나게 하는 경우는, 사건에 권력이 개입된 경우다. 권력을 갖고 있는 강자가 그렇지 못한 약자를 대상으로 성적 폭력을 행사했을 때 우리는 더 크게 분노한다. 권력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그 상황에서 피해자는 어떤 해결 방안도 찾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 인간 이외의 종에게도 미투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로변 나무, 하천 속 물고기, 하늘의 새는 누구를 가해자로 지목하며 미투 운동을 벌이게 될까.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 인간이 가해자로 지목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인간 이외의 종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들을 대할 때 우월한 지위와 권력을 십분 활용한다. 우리가 그렇게 해도 되는 이유는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더 똑똑하고, 합리적이며, 뛰어난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이 더 뛰어난 종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종은 당연히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른 종들은 이 강제적인 관계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런 모습은 요즘 미투 운동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

 

인간 이외의 종에게 권리를 줘 보자는 말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인권이라는 말도 있으니, 권리는 우리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모든 인간에게 권리가 있다는 생각도 극히 최근에 정립된 것이다. 오히려 상당기간 동안 권리는 인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졌다.

 

인류 역사의 상당 기간 동안 여성은 차별받았고, 유색 인종은 노예 생활을 했다. 국가와 사회에 절대 넘을 수 없는 신분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권리를 갖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할 시점에 있다. 권력에 의한 인간 내부적인 차별뿐 아니라 인간과 다른 종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다른 종과 지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그리고 인간이 권력을 갖고 다른 종을 해치거나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 또한 요즘은 인간이 지금까지 행한 행동들이 다른 종이나 환경뿐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도 심각한 위기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다른 종들이 미투 운동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우리의 관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성화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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