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사상은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도가철학을 말한다. 도가사상이라 하면 대개 무위자연을 떠올리게 되는데, 무위(無爲)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을 무위자연이라 한다. 해마다 세계 트렌드가 바뀌고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자오치광의 이야기는 자칫 허무맹랑하다고 보일지 모른다.
‘무위무불위’의 영어식 표현은 ‘Do nothing & Do everything’이다. 즉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든 행하는 것’의 합성어인 셈이다. 얼핏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무위는 무엇인가를 애써 하지 않는 것으로 자연의 규칙에 순응하는 일종의 겸손인 반면 무불위는 자연스럽게 일이 일어나도록 좋은 습관을 들이는 과정으로 규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라고 설명한다.
이는 대중의 관심과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해 설익은 정책을 추진하거나, 튀는 행동과 막말을 해서라도 주목받으려 하는 요즘 정치인과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에 급급하거나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반대는커녕 눈치 보기 바쁘다.
요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준비가 되면 일단 터뜨리고 본다. 언론을 통하든 개인 SNS를 통하든. 일부 정치인은 SNS 중독증에 걸린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모든 현안에 대하여 해법을 요구받거나, 묻지도 않았는데 앞다투어 먼저 대안을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반면 신중한 답변을 위해 즉답을 피하거나 고심하는 경우 정책적 역량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무능한 정치인으로 매도당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론은 실종되고 ‘포퓰리즘이다,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판치는 세상이다. 최근 최저임금제 인상과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자기 측의 주장만 일방통행할 뿐, 생산적 토론이 아쉽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변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그대로 있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생선을 굽듯이 나라를 다스리라고 충고한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생선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거나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졸속 정책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 모습을 그려보는 건 필자만의 바람일까?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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