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상징이라 할 전기가 밝기도 하지만 어려서는 지금보다 시력이 더 좋았을 것이고 공기 중 미세먼지가 적어 청명하였기에 멀리서도 잘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설극장 영화가 상영된다는 방송을 들은 동네 젊은이들은 저마다 쌀 반 말을 가슴에 안고 나방이 불빛에 몰려들 듯 천막 영화관을 행해 달려간다. 가는 길 사거리 가게에서 쌀을 돈으로 사서 지전과 동전을 꼭 쥐고 뛰어간다.
쌀을 주고 돈을 받으면서 ‘쌀을 산다’고 하고 돈을 주고 쌀을 받으면서 ‘쌀을 팔아온다’는 역설적 표현은 농경문화의 자존심이라고 한다.
그러니 쌀을 사면 내 손에는 돈이 들어온다. 그 돈으로 영화표를 산다. 고모는 어린 조카를 오버코트 속에 숨겨 극장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기도 아저씨는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다.
최고 경품은 당시 어머니들의 로망인 재봉틀, 반상기, 수저 세트인데 5년 내내 바가지만 받았다. 이 바가지 재료인 플라스틱은 미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1등 2등 경품은 영화가 끝나는 7일 차까지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영화사 창립 이래 15년째 끌고 다니는 녹이 슨 쇼윈도우 경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젊은 형, 누나들에게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제공해준 가설극장의 추억은 지금 60이 넘은 그분들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잘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예매하면서 영화 제목, 관람시간, 좌석을 지정하는 요즘의 영화관을 보면서 50년 전 가설극장을 추억하는 것도 문화의 향기라 생각한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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