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00년 경 로마시대였다. 초대 왕 로물루스 이후 번성하던 로마는 7대 왕 타르퀴누스에 이르러 큰 문제가 발생한다. 타르퀴누스 왕에게는 섹스투스라는 방탕하고 포악한 아들이 있었다. 섹스투스는 4촌인 콜라티누스와 함께 누구의 부인이 더 정숙한지 내기를 했다. 섹스투스의 부인이 남자들과 파티를 한 방면 콜라티누스의 부인이 단정하게 길쌈을 하자 섹스투스는 망신을 당하고 만다. 이에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난 섹스투스는 콜라티누스를 전쟁터로 보내고 그의 부인인 루크레티아를 겁탈하기에 이른다.
루크레티아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여 귀족들에게 연판장을 보내고 자살을 한다. 그녀의 죽음에 분개한 귀족과 국민들은 타르퀴누스왕과 아들 섹스투스를 추방하고 왕이 지배하는 대신 집정관을 뽑아 원로원이 견제하는 체제인 공화정으로 바꾸게 된다. 자신의 죽음으로 공화정을 이끌어낸 루크레티아를 역사에서는 ‘로마 공화정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그녀의 고발과 죽음은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결과를 이루어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많은 남성들은 그녀의 행실에 문제가 있고 강간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고 이런 시각은 중세의 위대한 교부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도 이어졌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루크레티아가 강간을 통해 쾌락을 얻었다고 하면서 그녀의 덕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2차 피해는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해자의 편을 드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타인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는 공감능력이다. 포유류는 거울신경(Mirror Neuron)을 가지고 있기에 동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
원숭이조차도 동료를 치어죽인 차가 다시 지나갈 때 그 차를 기억했다가 돌을 던진 사례가 있다. 하물며 인간이 원숭이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오랜 역사동안 약자였고 많은 아픔을 겪은 여성들이 지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그녀들의 외침은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을. 그 옛날 루크레티아의 외침처럼.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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