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노옥천 차(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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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훤히 밝도록 깊은 잠에 빠졌는데/ 군관이 문을 두드려 놀라게 하네// 맹간의의 편지를 갖고 왔다 하여 보니/ 흰 비단에 비스듬히 세 번 도장 찍었네// 서신을 펼쳐보니 맹간의의 얼굴을 대하는 듯한데/ 월단차 삼백 편을 직접 펼쳐 보았네… 사립문 닫혀있고 찾아오는 사람 없어/ 사모 머리에 쓰고 홀로 차를 끓여 마시네// 푸른 구름같은 차는 끊임없이 바람을 부르고/ 백화는 떠서 찻그릇에 엉기어 있네//

 

이 시는 <詩林廣記(시림광기)> 전집 8권에 실려 있는 ‘주필사맹간의기신다(走筆謝孟諫議寄新茶)’로 맹간의가 부쳐준 햇차를 받고 바로 답한 노동(盧仝)의 다가(茶歌)이다.

 

호가 옥천자(玉川子)인 노동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학문을 좋아하나 벼슬에 뜻이 없어 산중 은거인으로 차를 좋아했다. 햇 월단차를 선물 받고 답례로 쓴 시에 ‘사모 머리에 쓰고 홀로 차를 마시네’ 대목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사모(紗帽)는 문무백관이 관복을 입을 때 갖추어 쓴 모자로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산중에서 차 한 잔 끓여 마시는데 의관을 정제한다는 것은 차를 보내 준 맹간의에게 나의 마음을 행동으로 써 보여준 최고의 예의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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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을 마시니 목구멍과 입술이 촉촉해지고/ 두 잔을 마시니 외롭고 울적함이 없어지네// 석 잔을 마시니 가슴이 열리고 오천권의 문자로 가득하고/ 넉 잔을 마시니 가벼운 땀이 나고/ 평소에 불평스럽던 일들이 모두 땀구멍으로 흩어져 나가네// 다섯 잔을 마시니 살과 뼈가 맑아지고/ 여섯 잔을 마시니 신선과 통하게 되네/ 일곱 잔을 마실려고 하니/ 양 겨드랑이에서 청풍이 솔솔 이는 듯하구나/ 봉래산이라는 곳은 어디에 있는고/ 옥천자는 이 청풍을 타고 돌아가고자 하노라…//

 

노옥천의 이 칠완다(七碗茶)는 차를 여섯 잔 정도 마시면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해도 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워도 맑아지고 밝아진다고 했다. 칠완다~ 일곱째 잔은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양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솔솔 이는 듯 몸이 가벼워졌으므로 신선이 사는 봉래산을 날아가고자 한다는 다시(茶詩)이다.

 

봄철 미세먼지에는 차가 으뜸이다. 또 긴장으로 굳어진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는 차가 보약이다. 굳이 의관을 정제하지 않아도 햇차가 아니라도 매일 밥 먹듯 차를 마신다면 아마 봉래산이 내게 날아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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