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멀쩡한 저수지 물 모두 빼고 정자 설치해 말썽

공사 후 물채우지 못해 저수지 휼물로 수개월째 방치

▲ 바닥을 보인 저수지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 바닥을 보인 저수지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포천시가 개인 사유지에 무단으로 산책로를 조성, 말썽(본보 3월27일자 6면)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멀쩡한 저수지(수변공원)의 물을 뺀 뒤 수천만 원을 들여 정자를 설치해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다시 저수지에 물을 채울 수 없어 시민 휴식공간이었던 저수지가 흉물로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 빼는 과정에서 토종 붕어 등 물고기들이 때 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왕방산 저수지는 1만여 ㎡의 아담한 수변공원으로 인근 주민들로부터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시는 그동안 상당액의 예산을 들여 저수지 둑길을 정비하면서 휴식, 위락을 위한 벤치, 조명, 운동기구 등을 설치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특히 이곳은 토종 물고기들과 연꽃들이 어우러져 수변공원(일명 쌈지공원)으로 불리며 산책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주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포천동은 8천만 원을 들여 저수지 가운데 정자를 설치한다며 수만 t의 물을 모두 빼고 공사에 나서 연말께 정자설치를 완료했다. 하지만 공사 이후 정작 물을 채울 방법이 없어 수개월째 바닥만 드러낸 채 흉물로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물을 빼는 과정에서 토종 붕어 등 물고기들이 떼죽음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져 환경 파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 주민은 “인공 호수라면 모르지만, 주민과 세월을 함께한 저수지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변형하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저수지 바닥에 시멘 콘크리트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오염원으로 굳이 좋은 환경을 파괴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물이 다시 차겠지만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포천동 관계자는 “지난해 발전소 기금으로 주민대표들이 왕방산 저수지 가운데 정자를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해 주민들의 요구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어 공사했다”면서 “저수지 물은 우기 때 계곡에 물이 차면 들어올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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