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꾸려지고,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과 태권도 시범단, 김영남과 김여정(특사) 폐막식 참가, 패럴림픽 북한팀 참가, 문재인 대통령 특사 북한 파견, 남북 정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확정,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그 와중에 시진핑과 김정은의 만남. 남측예술단 평양공연까지, 지금 계절은 분명 봄인데 봄바람이 아니라 태풍 급 회오리가 휩쓸고 있다.
전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있는 이 엄중한 국면에 느닷없이 국민감정을 무참하게 만드는 노벨평화상 얘기가 튀어나와 우리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대한민국직능포럼이라는 ‘뚱딴지’가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첫 발기인 모임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무수한 ’펀치’를 맞고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 3자 공동수상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우리 국민이 이토록 유치한가? 이토록 치사했나? 교언영색의 아첨꾼들은 여전히 권력 주변을 맴돌고 있구나!? 자괴감이 일었다.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 대통령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성급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일렀건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벨평화상 ‘사건’을 다시 언급하는 건 무엇보다 국민의 여론이 뭉쳐야 앞으로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에 대처할 힘과 지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대화가 오갈 때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로 정권을 흔들고 사회(여론)를 사분오열 시켜 놓겠는가! 그 유언비어는 느슨한 국민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남북대화가 오가고 한반도 비핵화가 탁자에 오르면 저들의 강점인 능수능란한 선전선동은 정권과 국민 사이를, 정치권을, 더 나아가 한미 동맹을 파고들어 이간질 해댈 것이다. 여기 휩쓸리면 내부 혼란과 충돌로 무너질 수도 있다.
국민이 강해야 한다. 힘은 ‘주먹’의 크기와 세기에 있지 않고 바른 생각, 옳은 행동에서 나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나라는 자유를 위해 피흘려 싸우고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새마을운동, 수출장려, 중동 열사의 땅에서 땀 흘려 이룬 나라다. 종북은 물론 불의와 기회주의가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우리는 위기에 강한 나라로 이스라엘을 자주 거론한다. 그들이 강한 건 바로 그들의 공동체 정신에 있다. 유대인은 개인적인 역량도 크지만 그보다는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단결력과 서로 돕는 협동정신(헤세드 정신)이 강하다. 공동체에서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땐 물질적 도움은 물론 정보와 지혜 나눔, 인맥 소개 등 말 그대로 성공할 때까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도와준다고 한다, 위기가 닥치면 그들은 더 단단해진다. 어떤 위기도 돌파해 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에 있겠지만 무수한 민족적 고난과 형극의 역사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단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우리는 기회주의자가 살아남음을 체득한 모양이다. 아첨꾼은 내부의 적이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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