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정치 시즌에 생각하는 정당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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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시즌이다. 도지사와 도의원,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주요 정당들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받게 되는 요즈음이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신다니 감사한 일이긴 한데 좀 씁쓸하다. 정당의 정책에 동의하는지는 뒷전이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챙기는 분들이 많아서다.

 

공무원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A는 평소 신랄하게 여당의 정책을 비판했었다. 우리 사회 핵심 과제인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드는데 지금 여당의 반기업ㆍ친노동 정책 때문에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했고, 무상급식 같은 복지정책도 퍼주기식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러던 분이 여당으로 출마한다고 찾아온 거다. 정책에 동의하고 안 하고보다는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금의 정치지형을 고려한 선택, 즉 자신이 당선만 된다면 정책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다.

 

지역 명문대 출신 B는 평소 야당대표의 막말이 수준 이하이고 스스로 혁신할 줄 모르는 극우파들만 모여 있으며, 정책다운 정책, 주도적인 정책 하나 내놓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던 분이 바로 그 당에 공천 신청했다고 도와 달라고 한다. 당선이 확실한 ‘가’번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한국정치에 있어 정당이란 무엇인가, 한국 정당정치의 미래는 어떤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본래적 의미의 정당은 비전과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서로 다른 정책으로 국민들께 지지를 호소해서, 자신들이 상대 정당보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정당은 어떤가. 우리 정당은 아직도 보수와 진보의 이념패권에 의지하여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특정 이념집단에서 몰표를 얻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설익은 정책, 정제되지 않은 언어, 끊임없는 편가르기라는 진정한 적폐가 전혀 청산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 도지사, 시장, 그리고 의원이 되기 위한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치적 비전과 정책을 같이 하는 집단이 아니라 오로지 당선을 위한 붕당이 되었다. 정책은 모르겠고 일단 당선이 되어야 정부기관이 가지는 큼지막한 권력과 예산, 그리고 그 기관에 부수된 많은 공직을 떡고물처럼 갈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보인다.

 

그러니 정당정치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고 눈앞의 선거만 있다. 과거에는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을 볼모로 하더니 요즘은 이념을 볼모로 하고 있다. 이념 대결의 악순환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정치판에 대한민국을 위한 장기적 국가정책은 찾을 수 없고 선거공학적 표퓰리즘 정책만 가득한데도, 정치신인들부터 정책보다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따지고 있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서, 고향이나 출신학교가 같아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발전의 이상과 정책이 같아서 모이는 것이 정당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토론하고 경쟁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정치신인의 정당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정당정치가 정상화되고, 우리 아이들의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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