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의료복지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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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복지사각지대를 찾아 돕고자 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갑작스런 질병, 실직, 이혼 등 경제적 위기에 놓인 가정을 통칭 ‘위기가정’이라 말하고 민관이 합심해 발굴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절대빈곤율은 유엔 기준 7%였지만 정부로부터 의료지원을 받는 의료급여자는 3%에 불과했다.

생활고로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 가기를 포기한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는 400만명이 넘었다. 특히 2017년 사회보장정보원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따른 지원현황’을 보면 복지 고위험 대상자 신규 발굴자 중 22.1%만 지원을 받았다.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의료와 복지를 연계해 줄 전문인력과 통합시스템은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다.

 

흔히 복지사각지대는 정부의 지원이 닿지 않는 것으로 본다. 반대로 얘기하면 정부의 지원이 없어도 될 형편이었지만 갑작스런 사유로 인해 정부지원이 꼭 필요한 가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의료문제에서 긴급한 복지개입이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그간 적십자에서 지원하는 위기가정 긴급지원을 수년간 수행하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과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대부분 지극히 평범했지만 갑작스런 질병으로 인해 생계위험으로 내몰린다는 점과 위기를 모면했을 땐 평범한 가정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위기 가운데 의료는 특히 그렇다. 대개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가 아플 때 가까운 친지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안면이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해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더는 도움을 구할 곳이 없을 땐 아픈 부모, 형제, 자식을 낫게 하려고 무리하게 신용대출을 받아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다.

 

결국, 행정기관과 모금기관 개입시에는 밀린 병원비는 해결할 수 있어도 그간 쌓인 빚은 고스란히 남은 상태가 되곤 한다. 따라서 늦은 시점의 지원은 일시적 위험을 모면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정보를 가진 일선병원과 지원체계와 프로그램을 가진 수많은 NGO단체, 행정기관은 의료에 있어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간에서 모금하고 긴급지원 하면서 의료기관과 제대로 연계된 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 복지연계 담당자가 이 일을 전담해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는 현 시스템이 아닌 의료-복지가 하나로 연계된 통합복지시스템으로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사회망은 부재하다.

 

며칠 전 충북 증평에서 송파 세 모녀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심마니였던 남편이 죽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배우자와 4살된 딸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에 “혼자서 너무 힘들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을 적었다. 다시금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울리고 있다. 민관이 함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프로그램을 현실에 적용하지만 여전히 근본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우리 모두 사회적 아픔을 딛고 위기가정의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해 성숙한 시민사회로 한걸음 내닫길 희망한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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