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반세기 이상 일본의 경제사회를 뒷받침해온 이러한 고등교육 제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내년 봄 학기부터 실천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새로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전문직 대학이 새로 문을 연다. 현재 보건·복지나 전자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들이 모체가 되어 모두 13개의 전문직 대학의 개교를 준비 중이다.
전문직 대학의 도입은 급격한 경제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타입의 인재 육성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해졌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국제경쟁의 격화로 직업의 성쇠 사이클이 짧아지고 직업의 장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일본에서 10~20년 후엔 노동인구의 약 49%가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취업구조는 일자리 고용 형태로 전환되고, (평생고용을 전제로 한) 기업 내 교육훈련도 축소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노동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산업계 등에서 보다 실천적인 교육과 사회인의 재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고 있으나, 현행 고등교육기관으로는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왔다.
이런 배경 하에 도입되는 전문직 대학은 전문학교의 장점인 실무중심의 직업교육과 대학의 장점인 폭넓은 교양이나 지식·이론 교육을 통합하여, 고도의 실천력과 풍부한 창조력을 갖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직 대학의 교육과정은 산업계와 연계 하에 개발·편성·실시하며, 장시간의 기업현장 실습을 포함해 졸업학점의 3~4할 이상을 실습과목으로 편성한다. 수업 연한은 4년이며,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여 전기 과정 수료 후 일단 취업했다가 후기과정에 재입학할 수 있다. 학생으로 고졸자 외에 사회인편입생 및 유학생도 적극 수용하며, 사회인도 공부하기 쉽게 신축적인 과정이수 방식을 마련한다.
4년제 전문직 대학 외에도 직업교육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으로 2~3년 전문직 단기대학이 신설되고, 일반 대학 및 단기대학도 전문직 대학의 교육과정에 준하여 전문직 학부나 학과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일본에서 직업교육은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전문학교 등이 중심이 된 민간부문에서 담당하여 왔는데, 일본정부가 고등 직업교육기관으로 전문직 대학을 제도화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직업교육을 국가책임하에 강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실천력과 창조력을 갖춘 전문직업인의 육성이 일본의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을 실현하는 데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 대사·순천청암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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