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남북 화해와 협력의 마중물,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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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은 말라버린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을 마중하기 위해 부어주는 한두 바가지 정도의 물을 말한다. 말라있던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열심히 하면 새 물이 올라온다.

 

깊은 샘 속의 물이 올라올 수 있도록 바가지의 물은 반갑게 마중을 간다. 그러면 물은 사이좋게 서로 손잡고 힘차게 솟구쳐 올라온다. 그렇지만 펌프의 패킹이 헐거우면 마중물을 더 많이 부어줘야 한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70여 년 동안의 분단으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서 심각하게 마모되고 헐거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규칙과 경쟁 속에서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말하는 스포츠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마중물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남북 사회문화체육교류 활성화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 비정치적 교류사업 추진을 밝혔나 보다. 그 첫번째 마중물이 역사적으로 성공사례로 기록될 평창동계올림픽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국내외의 불안한 정세 상황에서 성공적 개최를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평창평화올림픽’ 기본구상 아래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대회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2017년 7월6일)과 유엔총회 기조연설(2017년 9월22일)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평창동계올림픽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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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고위급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태권도선수단, 기자단 등을 참가시킴으로써 대북 제재 속에서 국제사회에 등장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마중물로 삼았다.

 

마침내 평창동계올림픽이 마중물이 되어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개설(2018년 4월20일), 북중 정상회담(2018년 3월25~28일), 남북정상회담(2018년 4월27일)에 이어서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결국 불화와 반목으로 바짝 말라버려 먼지만 일었던 남북관계에 평화의 기운이 돌게 하고, 도무지 남북이 하나가 될 것 같지 않던 동토의 땅에화해와 협력의 샘물이 솟게 한 마중물은 스포츠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시 한 번 두 바가지의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함으로써 비핵화평화체제 구축-남북관계가 개선돼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에 단일팀 참가를 소망해 본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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