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손이 필요한 사회, 머리가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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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나에게 필요한 건 그저 사람들의 두 손뿐인데, 왜 항상 머리까지 딸려오는지 모르겠다”라는 다소 섬뜩한 말을 남겼다. 그의 행적을 보면 이 말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포드는 1913년 자동차 제조에 이동조립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동조립방식이란, 작업물이 전송대를 따라 자동으로 이동하고 각 작업자는 한 자리에 서서 몇 개의 부품만을 책임지고 조립하는 시스템이다. 이동조립방식을 정착시키고자 소위 3S라고 불리는 단순화, 표준화, 전문화를 추진하여 전송대의 이동시간과 작업자의 동작을 동기화시켜 나갔다.

 

작업능률은 대성공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실질적인 대량생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드자동차는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고, 당시 평균 자동차 가격인 2천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800달러 선에서 보급했다. 10년도 지나지 않아 290달러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동조립방식은 극단적인 분업을 지향하고 노동자의 역할을 최소화한다. 노동자는 단순 손동작만을 정해진 위치에서 반복하였다. 이후, 찰리 채플린은 이를 희화화해 영화 ‘모던타임즈’에 담기도 했다. 이런 비판적 시각이 포드에게는 아마도 달갑잖았을 것이다. 노동자 개인의 지식과 경험(머리)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혁신적 생산방식을 묵묵히 따라 줄 손발만 필요했는지 모른다.

 

이에 반해 포드의 경영철학은 다소 역설적이다. 그는 대량생산으로 이룩한 기업이윤을 노동자와 함께 나누고자 했다. 그의 철학은 ‘저가격, 고임금’으로 사회의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봉사주의로 일컬어진다. 하루 2달러이던 임금을 5달러로 올려 다른 기업의 2~3배를 지급하였다. 근무시간도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런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고 주주들은 법적 소송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봉사주의의 효과는 노동자의 사기를 진작해 단기적인 생산효율을 높이는 데 머물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도 경쟁력과 노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격, 고임금’을 쫓을 수밖에 없었다. 장기적으로 탄탄한 중산층이 양성되었고 사회 전반에 구매력이 증대되었다. 포드자동차의 노동자라면 서너 달 치 월급으로 자신의 손을 거친 자동차를 살 수 있었다. 고가사치품이었던 자동차는 대중화되었으며, 1918년에는 미국 자동차의 절반이 포드 제품이었다. 결국 봉사주의는 대량생산과 함께 대량소비시장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을 경제대국으로 변모시켰다.

 

100년이 훌쩍 지나, GE의 회장이던 잭 웰치는 한 직원으로부터 들었던 “회사는 내 손을 사용하는 비용으로 내 머리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한다. ‘머리’는 필요 없고 주어진 역할과 작업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던 인재상은 이제 화석이 되었다. 개인의 창의력, 네트워크, 잠재력이 조직에 흡수되어 능동적으로 발현될 때 기업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시대다.

 

세간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여 첨단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떠들썩하다.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재벌가의 갑질파문, 국민은 개돼지라던 고위공무원이 묘하게 중첩되어 마음이 불편하다. 돌이켜, 헨리 포드는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주역이었고, 주변의 책망을 무릅쓰며 기업경영에서 이윤추구나 투기를 지양하는 대신에 봉사를 강조했다. 진정 그의 봉사에는 노동자의 ‘머리’는 필요 없었는지 포드가 옆에 있다면 묻고 싶다. 이제 그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진지하게 스스로의 자존감을 걸고 손만 필요한 사회로 퇴보할 것인지, 머리가 필요한 사회로 나아갈 것인지 지난 산업혁명의 성쇠를 반추해 볼 때다.

 

우형록 경기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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