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도박에 빠진 학생 등 타깃 2주 상환기간 뒤 이자 30~50% 붙여
고가의 옷·시계 담보 불법사채 흉내도 전문가 “제도적 대책 시급히 마련돼야”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19). 평소 축구와 농구를 좋아했던 A군은 우연히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알게 됐고, 호기심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돈을 걸게 됐다. 이때만 해도 A군은 자신이 빚더미에 허덕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포츠 도박에 빠지게 된 A군은 같은 학교에 돈을 잘 빌려주는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를 찾아가 30만 원을 빌렸다. 2주 뒤 원금 30만 원에 이자 10만 원을 더해 총 40만 원을 갚는 조건이었고, 부모님이 사준 고가의 점퍼까지 담보로 친구에게 맡겨야 했다.
그러나 A군은 돈을 갚지 못해 옷을 빼앗겼고, 이자는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 달 새 갚아야 할 돈이 100만 원에 달하게 됐다. 이에 A군은 부모님께 사정을 이야기한 후 도움을 받아 100만 원을 갚았지만, 친구는 아직 50만 원가량을 더 갚아야 한다며 협박했고, 결국 A군은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학생이 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과도한 이자를 받아내는 ‘작대(작업대출)’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짧은 기간에 50%가량의 이자를 받는가 하면 명품 옷이나 신발, 시계를 담보로 잡고 ‘차용증’까지 작성하는 등 성인들의 불법 사채 문화를 고스란히 흉내 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수원 소재 복수의 고등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작대’는 ‘작업대출’의 줄임말로 돈이 필요한 학생에게 학생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에 일정 금액의 이자를 붙여서 다시 되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작업대출을 일삼는 이들은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가량을 빌려주고 약 2주의 상환기간을 준 뒤, 원금을 갚지 못하면 30~50%의 이자를 붙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돈을 빌려줄 때 고가의 옷과 시계 등을 담보로 잡고 부모님 연락처까지 받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대’의 타깃이 되는 학생들은 주로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하는 학생들이다. 또 일반 학생들에게도 접근, ‘함께 놀자’고 권유한 뒤 노래방이나 PC방 비용 등을 부담하게 해 돈을 빌리게 한 뒤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 같은 ‘작대’가 이뤄지는 과정이 타인은 쉽게 볼 수 없는 개인 SNS 메시지를 통해 이뤄지거나 노래방, PC방 등에서 이뤄져 학교 측이 쉽게 알 수 없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김청송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돈을 빌려주고 과도한 이자를 받는 등의 행위를 하는 학생들은 성인이 됐을 때도 똑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시급히 제도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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