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지방선거가 전당대회 전초전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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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정치이슈 부각으로 지방선거다운 분위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선거 이후 차기 당권을 차지하려는 후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실종되고, 전당대회의 전초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거 이후에 차기 당권을 누가 거머쥘 것인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정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밀실공천이 재연됐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공천권을 행사할 당 지도부와의 ‘끈’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사천(私薦)에 가까운 비민주적인 공천(公薦)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지방선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지방선거는 정치권의 사익을 위한 수단,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문제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의 성공적 개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에 매달려 진실을 추적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문제는 지방선거가 한참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흥미 위주의 보도경쟁을 하느라 정책 검증은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가 돼 버렸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대한 과정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방의 새로운 문제점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사회는 압축산업화 고성장시대에서 지능정보화 저성장시대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대에서 인구절벽 사회로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복잡계(複雜界)로 접어들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사회적경제적 양극화 심화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창의적인 상상력과 인구변화에 따른 지방 소멸 등 지역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공론화되어 경쟁과 토론을 거쳐 검증되어야 한다.

 

지난 25일로 후보자 등록은 끝났다. 등록마감일까지 공직선거법에 의해 발행이 가능한 선거공약집은 전무했고, 선거공약서도 없었다. 상술한 바람과 달리 후보는 보이지 않고, 정책경쟁도 없으며, 관심도 없는 형편없는 3무(無)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우리사회 당면과제에 해법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권력이라는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은 권력의 사유화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반영한 결과였다. 613 지방선거 역시 어떤 정치 집단이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려 하는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정신을 주민자치와 생활정치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지를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봉사자로서 충실히 일할 자세를 보인다면 기회를 줄 것이고 여전히 권력의 오만함을 버리지 못한다면 철퇴를 가할 것이다. 지방선거를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자, 오만함을 보이는 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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