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사임과 은퇴, 때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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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1일 지네딘 지단(레알마드리드 감독)은 유럽챔피언스리그 3연패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닷새 만에, 사임을 선언했다. 지단은 “지금은 변화가 필요할 때다. 우승의 순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나도 선수들도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하며 사임을 하였다. 모두가 깜짝 놀란 사임이었지만 과연 이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고정불변의 법칙을 쫓아 턱걸이하듯 의무감으로 자리를 버티고 있는 나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였다. 서적과 인터넷을 찾아보며 내가 생각하고 떠나야 하는 순간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의 일이 능숙해지고 익숙함이 나의 게으름을 만들 때다. 익숙함은 편하지만 그것은 나태와 교만을 만든다. 또 다른 낯섦을 만나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변화를 원하지만 뭐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를 때다. 내가 하던 일의 방식과 삶이 나를 가두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야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열정의 무게가 행동을 이기지 못할 때다. 과연 내가 이 일을 만사 제쳐두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열정은 크기가 아니라 행동의 결정체가 되기 때문이다.

넷째, 비전과 목표가 사라질 때다. 더 이상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 드는 순간, 또 다른 비전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다. 이때는 망막증에 걸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째,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절대 못 먹고 살 것 같다고 느껴질 때다. 이곳이 나의 모든 것을 붙잡고 있다면 안 된다. 이곳이 영원히 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섯째, 주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때다. 배려는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보다 팀을 위해 조직을 위해 무엇이 최상일까? 하는 배려의 정신이 중요하다.

일곱째, 일에 대한 창의력과 영감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다. 일에 대한 아이디어와 새로움에 대한 창의력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창의력과 영감이 없으면 새로움이나 성장도 없다. 여덟째,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다. 배움은 익숙함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다. 배움이 없다는 것은 나아감이 없다는 것이다.

아홉째, 더 이상 박수를 받지 못할 때다. 70% 이상 성공을 했을 때 칭찬과 박수를 받는다고 한다. 나머지 30%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박수가 많이 나오는 순간이 떠남을 생각해 보는 최상의 시간이다. 열 번째, 성과가 과거로 느껴질 때다. 현재와 과거는 50%의 역할로 교차한다. 차의 백미러는 참고만 될 뿐 백미러만 보고 절대 운전할 수 없다.

우리 인생의 숨어있는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되는 것이 바로 떠남의 순간이다. 위의 열 가지 중 5가지 이상이 나에게 적용이 된다면 1년 이내에 떠남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7가지 이상이 되면 6개월 내에 떠나야 하고, 9가지 이상이 된다면 당장 떠나야 한다.

삶이나 일의 어느 순간 반드시 떠나야 할 때가 온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에게 그 순간이 언제일까? 스포츠 용어 중에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는 것이 있다. 스윗 스팟은 타자가 배팅이나 골퍼가 스윙을 할 때 배트나 아이언의 중심에 정확히 맞았을 때 폭발적인 비거리와 타구감을 만들어 내는 정확한 위치나 때를 말한다.

정확한 타이밍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잘 맞추어야만 이 정확하고 멀리 때릴 수 있는 것이다. 지단의 떠남은 추후 축구계와 자신의 삶에 어떠한 결과를 만드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들 스스로 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삶으로부터 발전적인 떠남이 중요하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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