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진료비 걱정 없는 세상

▲
며칠 전 ‘병원비 미납 암환자 벤치에 놓고 떠난 종합병원’의 도덕성 논란이 이슈화되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환자는 말기암으로 본인의 경제력은 물론 가족도 환자의 인수를 거부해 진료비는 계속 미납하고 있었고, 후송할 곳을 정하지 못한 장기 입원 환자였다.

 

한 매체에 따르면 병원관계자는 “환자는 거동은 할 수 없지만 의식은 있어 환자와 합의했다면서 벤치에 내려놓았다”고 했다. 환자는 2시간여의 방치 끝에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현재 일반병실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 사건으로 시민들은 의료기관의 도덕적 문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비난하며,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부조의 상실을 원망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사각지대 환자 치료의 문제점을 보면, 시군구에서는 법적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의료급여 자격을 만들어주지 않았을 것이고 만들어진다 하여도 대부분 진료비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서는 전원시킬 병원도 찾지 못하고 진료비 미수는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 되는 현실이다.

 

▲
공공병원 응급실 및 입원실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민간병원에서 보호자가 없거나 노숙인처럼 보이면 의료원 응급실 앞에 내려놓고 구급차는 가버린다. 환자의 상태가 어떠한지 아무런 소견서도 없다. 환자도 안타깝고 의료인도 의료인의 도덕성을 시비하기도 한다.

 

환자를 우선 치료해야 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의료인의 의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대형병원의 도덕성만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대형병원은 현재 의료수가의 최대치인 급성기간이 지나면 후송병원 관계없이 환자의 퇴원을 종용하고, 환자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절차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후송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모형 개발과, 지역거점공공의료기관의 차별화로 사각지대의 환자를 진료비 지불 능력과 상관없이 치료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지난해와 같은 폭염이 예상되어 노숙인과 사각지대의 환자의 발생은 예고되고 있다. 경기도에는 6개의 공공의료기관이 있다. 병원비 없어 환자가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될 것 같다.

 

조미숙 경기도의료원 운영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