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새로운 단체장이 풀 오래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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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거는 기대 중에는 지역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 갈등,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 해소 등의 문제는 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서 수년 또는 수십 년째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평택시, 용인시, 안성시 간에 얽혀 있는 상수원보호구역 갈등은 그 근원이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돗물은 상류 지역의 물을 정수하여 중하류 지역의 시민들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취수원이 타 지방자치단체에 위치한다.

평택시가 시민들은 위해 지정한 송탄·유천 두 개의 취수장은 행정구역상 평택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취수장을 보호하기 위한 상수원보호구역은 용인시와 안산시까지 펼쳐져 있다. 취수원으로부터 7㎞ 이내에는 공장설립이 제한되고, 7~10㎞ 지역은 공장설립 승인지역으로 되어 있다. 용인시와 안성시는 이웃인 평택시의 상수원 보호를 위해 전체 면적의 10% 정도가 규제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용인시와 안성시는 평택시가 광역 상수도를 공급받고 있으니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입장인데 반해, 평택시는 주한미군기지가 위치한 특수성 등을 감안해 광역상수도 외에도 비상급수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용인시, 안성시,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 유지 또는 해제와 관련된 여러 연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각 자치단체가 서로 다른 가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가치의 충돌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연구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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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치단체장들 앞에 놓인 이런 오래된 문제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때때로 해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문제를 바꿔야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용인시, 안성시, 평택시 중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가리는 것이 문제였고, 규제완화와 수질보전이라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가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를 가리는 것이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비상시가 발생할 경우, 제한된 시간 내에 마실 수 있는 물을 평택에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는 비상시가 발생할 경우 취수장이 즉시 가동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방법 또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가 가능할까 등이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했는지에 대해 탐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체계적인 대화다. 새로운 단체장이 오래된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그런 대화의 자리를 모색하는 것이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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